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남북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추진하기로 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이 또다른 장애물에 직면했다.

그동안 남북 경협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위반한다거나 정부가 제출한 비용추계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동해안 철도 현대화 사업과 함께 이곳에 주둔하는 북한 군대 이전 문제가 새롭게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동해선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 추계안을 요구하며 금년 예정된 착공식 추진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북한 동해안 철도 주변에 크고 작은 비행장이 많고, (북측) 동해선 철도 직경 500m 이내 보병부대 8개, 포병부대 7개가 포진했다"며 "동해선 철도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 대대적인 부대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부대이전(비용)을 자체 해결할 능력이 없다"며 "(정부가) 투자하는 이 사업에 북한 군부대 이전 계획도 들어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군부대 이전에 드는 비용을 우리 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 논의된 바 없다"며 "군부대 이전은 북한 측이 스스로 조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비용추계서에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으로 올해와 내년 4,128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중 1,774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림협력 및 사회문화체육교류, 이산가족상봉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비까지 합하면 예상비용은 6,438억원이다.

정부는 내년치 비용추계만 제출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에 따라 비용이 가변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보다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2008년 통일부의 '10·4선언 합의사업 소요재원추계'에도 철도 도로 개보수 등에 8조 등 14조 3,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통하는 노선이다. 남북 철도(TKR) 연결은 TSR이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 노선을 통해 유럽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물류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토대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동해선이 지나는 구역의 북한 군부대도 이전해야 한다. 그리고 조 장관의 설명대로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에 북한 군부대 이전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조 장관은 개성공단 사업 때도 북한 군부대 이전은 북한이 조치했다고도 했다.

북한은 화물 수송의 90%, 여객 운송의 60%를 철도가 담당한다고 할 정도로 철도에 대한 의존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을 겪으면서 철도에 대한 유지 및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도로와 철도의 현대화가 북한 입장에서도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이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경제 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며 군부 강경파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북한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럴 경우 김 위원장이 군부의 반발을 잠재우고자 부대 이전 비용을 우리 정부에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5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를 통해 북한 철도 연결에 대해 "북한 군부는 수십 년에 걸쳐 동해안 철도를 따라 방대한 해안방어선을 구축했다. 철도 현대화 사업이 벌어지면 해안방어선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북한 군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스스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부대 이전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개성 공단 건설 때도 군부는 새로운 주둔지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다. 군부는 당연히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과 부대 이전을 반대했다"고 부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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