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 모임 '비웨이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 모임 '비웨이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여야 대치로 신임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이 늦춰지면서 낙태죄 위헌 여부 관련 헌법소원 절차도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낙태를 한 여성과 시술을 집도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제270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성계·의료계의 요구와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불법 판매되는 낙태유도제 거래량은 폭증하고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입수한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적발실적’에 따르면, 낙태유도제는 2016년 193건(0.8%)에서 2017년 1,144건(4.6%)이 적발돼 6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적발량은 9월 기준 이미 1,984건(9.2%)을 넘어선 상태다.

현행 약사법상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판매는 금지되어 있으며 식품의약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온라인 판매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사이트 차단이나 삭제 등의 조치를 요청하게 된다.

최근 6년간 가장 많이 적발된 품목은 발기부전․조루치료제로 지난해 전체 불법판매 적발건수 2만 4,955건 중 1만 2,415건으로 49.7%에 달했으며, 올해 9월까지도 2만 1,592건 중 7,732건으로 35.8%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불법판매의 비중이 높은 것은 각성․흥분제로 지난해 2,298건으로 9.2%를, 올해 9월까지는 2,107건으로 9.8%를 차지했다.

남인순 의원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제조․유통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위ㆍ변조의 위험이 있으며 효과를 보장할 수 없어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며 “현재까지 국내에는 낙태유도제(미프진)가 도입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낙태유도제가 정식 의약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여성들의 건강에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최근 낙태유도제의 불법판매 적발량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한 의사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산부인과 의료계가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불법적으로나마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여성들이 온라인을 통해 낙태유도제를 구매하게 됐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온라인에서 낙태약 홍보가 급증하면서 불법으로 낙태유도제를 구입하여 복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는 보건복지부의 낙태 행정처분 강화로 인한 의사들의 인공임신중절수술 거부 등 사회적 환경과 밀접하다”며 “국내에도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및 도입' 청원이 청와대 답변이 있었던 만큼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사회적․법적으로 활발하게 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키워드

#낙태죄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