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사태를 야기한 것과 관련해 강승호 게르베코리아 대표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 나와 대국민사과를 했다. /사진제공=게르베코리아
약가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사태를 야기한 것과 관련해 강승호 게르베코리아 대표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 나와 대국민사과를 했다. /사진제공=게르베코리아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간암 환자들이 복용하는 ‘리피오돌’의 약가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사태까지 야기했던 게르베코리아 측이 국정감사에 나와 대국민사과를 했다. 게르베코리아 증인으로 출석한 강승호 대표는 리피오돌 사태와 관련해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도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적정한 가격(약가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1일 오후 보건복지부 2차 국정감사에서 강승호 게르베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리피오돌 사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강 대표의 출석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의해 이뤄졌다.

리피오돌은 게르베가 개발한 간암 환자용 조영제로, 국내 환자 대부분이 받고 있는 색전술에 사용된다. 중증 질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으로, 마땅한 대체 의약품도 없는 상태다. 게르베코리아는 지난 3월 약가 협상 과정에서 공급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원료 수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지만 의약품 공급을 볼모로 약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르베 측은 기존 약가인 5만2,560원의 5배 수준인 26만2,800원을 요구했었다.

실제로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물량 부족사태가 발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는 등의 사태가 초래됐다. 결국 복지부는 지난 8월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를 통해 리피오돌 약가를 기존 약가 대비 3배 이상 인상한 19만원으로 책정했다.

강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총 세 차례에 걸쳐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남인순 의원은 “약가 협상 과정에서 당국이 원가 보전 및 추후 인상 협의를 제안했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제한적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이는 결국 환자 생명을 담보로 약가 인상을 얻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공급부족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 “여러 협의를 거쳐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 공급이 정상화됐고 앞으로 이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리피오돌 수요가 급증했고, 2015년부터 관계당국에 적정가격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좋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한국은 공급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 의원은 게르베 측이 당국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하며 약가인상만을 밀어붙였다며 도덕책 책임을 추궁했다. 남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협의안에 대해선 수용하지 않으면서 긴급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얘기하면 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면서 “결국 약가 협상에서 4배 인상된 가격을 얻어냈다”고 질타했다.

강 대표는 이날 2016년과 올해 리피오돌의 공급 원가 차이와 리피오돌 공급 중단 당시 아산병원과 고대구로병원에서 환자 수술이 지연됐던 사태와 관련해 “확인해 보겠다”거나 “직접 보고받진 않았다”는 등의 애매한 답변을 내놔 또 다시 빈축을 샀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선 리피오돌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대체 의약품 부재에 있는 만큼 국내 신약 개발의 중요성 및 대책 마련도 요구됐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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