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1 21:19 (수)
[콜센터 노동자 증언대회] “우리는 ‘말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콜센터 노동자 증언대회] “우리는 ‘말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 조나리 기자
  • 승인 2018.10.12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콜센터 노동자 증언대회,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서 개최
1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콜센터 노동자 증언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나리 기자
1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콜센터 노동자 증언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나리 기자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한 달에 500명이 퇴사하고 500명이 입사한다는 콜센터. 절반은 6개월을 못 버티고, 2년이면 정말 오래했다는 그 일. 그래서 무려 50만 명이 종사한다는 데도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못 벗어나는, 오히려 당연한 듯 인식되고 있는 그 일. 콜센터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물론 고객의 욕설을 듣던 중 졸도를 한 상담원도 있었다. 지난해 1월엔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실습생이었던 특성화고 여학생이 자살을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오로지 고객의 ‘갑질’ 뿐일까? 콜센터 노동자들은 몇 년을 일해도 자기 옆자리 동료의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얼마 안가 그만두기도 하지만, 쉼 없이 전화를 받느라 옆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질병은 감정노동이 원인이 아닌 것도 많다. 화장실도 편히 못가 방광염에 시달리고, 무리한 음성 사용에 따른 성대 치료, 닭장 같은 환경은 비염과 천식을 유발한다.

그간 전화응대에 따른 고충을 주로 호소했던 콜센터 노동자들이 내부에서의 실상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퇴사’는 자신에게도, 남아있는 동료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날 콜센터 노동자 증언대회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왼쪽)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투씨대구분회 정은선 교선부장이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부당한 업무 행태들을 고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비스연뱅 애플케어상담사노동조합 이혜진 부위원장. /조나리 기자
(왼쪽)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투씨대구분회 정은선 교선부장이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부당한 업무 행태들을 고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비스연뱅 애플케어상담사노동조합 이혜진 부위원장. /조나리 기자

 

“무릎 수술을 앞둔 동료는 ‘못 걷는 건 아니지 않냐’는 핀잔을 듣고 수술 하루 전까지 출근을  했습니다. 앞만 보이고 목소리만 나오면 나오라는 겁니다.”

“토요일 근무자들에게 라면이 제공됐습니다. 일요일 근무자들에게도 지급해달라고 했더니 ‘라면이 그렇게 좋아?’라더군요. 라면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최소한의 대우를 말한 것입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삼성전자서비스대경지회 이투씨대구분회 정은선 교육선전부장은 자신의 업무 환경을 증언하는 내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정 부장은 “근무시간도 뒤죽박죽, 퇴근 앞두고 갑자기 잔업 지시, 휴일도 부르면 나가야 하는 게 콜센터 상담사”라며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는데, 내 일 열심히 하고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도 죄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근길 교통사고로 아이가 조금 다쳤는데, ‘별 일 아니면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계획연차가 아니면 연차를 허가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천식을 앓고 있는 동료, 무릎 수술을 앞둔 동료, 난임 소견을 받은 동료, 자궁 외 임신으로 수술을 받은 동료들 모두 연차를 거부당하거나 핀잔만 들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삼성전자서비스대경지회 이투씨대구분회 정은선 교육선전부장이 공개한 이석관리 실태.
삼성전자서비스대경지회 이투씨대구분회 정은선 교육선전부장이 공개한 이석관리 실태.

팀원 40명 중 쉴 수 있는 인원도 2시간 당 2~3명으로 제한돼 있다. 동료와 휴식시간을 놓고 경쟁과 눈치싸움을 해야하는 실정이라는 게 정 부장의 설명이다. 관리자는 이석관리(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 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담사들을 감시한다. 정 부장은 “화장실을 못가니까 목이 아파도 물을 먹지 않는다”면서 “콜센터 직원은 대다수가 여성인데, 여성에게 너무나 가혹한 업무환경이다”라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애플 고객들을 상대하는 서비스연맹 애플케어상담사노조 이혜진 부위원장은 “한 고객의 응대를 마치면 8초 안에 새로운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쉼 없이 전화를 받고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은 하루 30분이다. 이마저도 관리자의 승인을 받고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에 따르면 애플 콜센터 상담사들은 30분 동안 화장실, 물 마시기, 흡연, 휴식 등을 해결해야 한다. 화장실은 5분 이내로 사용해야 하며, 점심시간이 3시로 배정된 날은 아침 9시에 출근해 3시까지 꼼짝없이 앉아 전화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사측 관계자는 “우리 아내도 은행직원으로 일할 때 방광염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화장실을 보고하고 가는 것에 대해 “승인이 아니라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화장실 가는 것이 과연 협조를 요청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콜센터는 언제나 사람을 뽑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직원이 7,000여명인데 매달 500명이 퇴사하고 500명이 입사합니다. 회사가 싫어할까요? 오히려 좋아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노동자들이 증언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조나리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노동자들이 증언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조나리 기자

이같은 환경 탓에 콜센터 노동자들은 이직률이 타 직군에 비해 상당히 높다. 대다수는 2개월을 버티지 못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비스연맹 전국콜센터노동조합 이윤선 위원장은 “많은 청년들이 1~2년 취업준비를 하다가 결국 콜센터로 입사한다”면서 “1년이 되면 전체 직원이 다 바뀐다고 보면 된다. 회사는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이 다루기도 쉽고 임금도 적게 줄 수 있어 더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아웃소싱 전문업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소속인 이 위원장은 콜센터를 도급으로 운영하려는 기업의 관리 시스템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표면은 도급이지만 사실상 기업의 관리 하에 운영하는 불법도급”이라며 “하청기업은 사업을 유기하기 위해 이를 묵인하고 이런 행태는 상담사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현장 실사를 오면 인사팀장이 아닌 실제 상담원들과 면담을 하길 바란다”면서 “콜센터의 불법과 불합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선 작은 관심이 아닌 비상한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당 박스는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