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폭염이 기승을 부렸는지 모를 정도로 선선한 날씨가 찾아왔다. 유난히 높고 푸른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가을이 왔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는 가을을 건너뛰고 곧장 겨울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게 만든다. 해가 갈수록 가을이 짧아지고 있고, 폭염과 한파가 심해지고 있기에 조바심은 더 커진다. 더 늦기 전에, 가을이 떠나기 전에 서두르자. 이때만 만날 수 있는 자연의 찬란한 ‘색(色)’을 만끽하기 위해.

서울 잠원한강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분홍빛 아름다운 핑크뮬리의 매력에 빠져있다. /뉴시스
서울 잠원한강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분홍빛 아름다운 핑크뮬리의 매력에 빠져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가을 꽃’하면 떠오르는 것은?”이란 질문에 코스모스, 국화, 억새 등을 답한다면 ‘옛날 사람’이다. 요즘 대세는 따로 있다. 몽환적인 빛깔로 유혹하는 핑크뮬리가 그 주인공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SNS 등 온라인상에서 한번쯤은 핑크뮬리를 접했을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핑크뮬리 인생샷’ 하나쯤은 갖고 있다.

미국에서 건너온 핑크뮬리는 벼과 식물의 하나다. 보통 서양억새로 여겨진다. 9월~11월 꽃을 피우는데, 세상을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광경이 장관이다. 마치 천국에 온 듯 몽환적인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급속도로 높아진 핑크뮬리의 인기는 전국 각지에 마련되고 있는 군락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프로필 사진용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장소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먼저, 서울에서는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핑크뮬리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다. 억새도 장관을 이루는 곳인 만큼 가을을 만끽하기 딱 좋은 곳이다. 또한 잠원한강공원과 올림픽공원 등에서도 핑크뮬리가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에서도 핑크뮬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을나들이 축제가 한창인 인천의 수도권매립지 내 녹색바이오단지에서도 코스모스, 국화 등과 함께 핑크뮬리를 준비해놓고 있다. 핑크뮬리 명소로 유명한 양주 나리공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핑크뮬리와 함께 더욱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경주로 가자. 첨성대 주변이 온통 핑크뮬리로 분홍빛에 물들었다. 첨성대와 고분, 그리고 핑크뮬리의 조합은 더할 나위 없는 인생샷 배경이다.

제주도 역시 핑크뮬리가 대세다. 제주도 곳곳에 핑크뮬리 군락지가 조성되며 가을을 대표하는 볼거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서귀포시 남원읍에서는 ‘휴애리 핑크뮬리 축제’가 한창이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규모의 핑크뮬리가 제주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는 대저생태공원에 가면 핑크뮬리의 아름다운 자태를 직접 볼 수 있다. 경북 안동도 핑크뮬리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핑크뮬리 그라스원’에 가면 잘 가꿔진 핑크뮬리를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억새로 유명한 순천만 국가정원과 구미 낙동체육공원 등에서도 핑크뮬리를 만끽할 있으니 올 가을 ‘인생샷’을 남기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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