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나 혼자 안산다
[나 혼자 안 산다②] 리모델링 공용주택, 1인가구와 지역사회 ‘허브’로 진화 중
2018. 10. 15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서울 관악구 고시촌에 위치한 공동주택 셰어어스 1호점
서울 관악구 고시촌에 위치한 공동주택 셰어어스 1호점. /사진=시사위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사회주택 ‘셰어어스’ 1호점을 지난 13일 오후에 찾아갔다. 서울시청에 사회주택 모범사례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바로 알려줬던 곳이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3대 사회주택 사업 중 ‘리모델링형’ 사업의 선도적 모델이라고 한다. 2014년 1호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3호점까지 운영 중이며, 곧 4호점이 오픈될 예정이다. 전체 입주자는 약 70여명이다.

건물의 외형은 고시촌 여느 건물들과 다르지 않았다. ‘에벤에셀 고시원’이라는 푸른색 간판과 함께 소형 원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1층 입구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넓은 탁자를 갖춘 간담회실과 다다미식 응접실이 마치 집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줬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용부엌도 인상적이었다. 삶의 질이나 편의성 보다 조그마한 방 한 칸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촘촘하게 배치된 고시원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 ‘단칸방’ 고시원서 함께 사는 주택으로 변모

셰어어스 공동주택 1호점과 3호점의 내부모습
셰어어스 공동주택 1호점과 3호점의 내부모습. /사진=시사위크

사실 ‘에벤에셀 고시원’도 과거 층당 11개의 방과 1개의 공용화장실을 갖춘 일반 고시원의 모습이었다. 삶의 방식, 인간적 커뮤니티와는 무관한 ‘잠만 자는 방’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모습을 바꾼 것은 2014년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운영권을 얻어 리모델링에 나선 이후부터다. 층당 평균 입주인원을 7명으로 줄여 화장실과 거실 등 공용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 대표는 공용공간을 ‘유닛’이라고 명명했다. 3명이 사용하면 3유닛, 5명이 사용하면 5유닛이라고 한다. 유닛의 숫자가 올라갈수록 공용공간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3유닛이 화장실과 거실이라면, 5유닛은 화장실, 거실, 테라스, 부엌 등까지 확장될 수 있다. 다양한 유닛을 준비해놓고 선택은 입주자가 하는 방식이다.

구분해야할 것은 ‘셰어하우스’와 ‘공용주택’의 개념이다. 셰어하우스는 집의 구조와 상관없이 다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것을 말한다. 4인 가족을 위해 만들어진 주택에 계약에 따라 1인 가구 4명이 모여 사는 방식이 예다. 이와 달리 ‘공용주택’이란 처음부터 1인 가구 등 세입자들의 주거형태에 맞춰 공간이 고안된 주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 대표가 말하는 유닛은 후자의 개념에 기반했다.

몇 명 단위로 같이 살지. 몇 명이 무엇을 공유할 것인지. 화장실, 부엌, 거실, 침실 이런 개념들을 일일이 나눠 놓은 게 ‘유닛’이다. 사람은 취향에 따라 원하는 컨디션이 다르다. 구조를 다양하게 만들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청년들은 자기가 살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선택해서 살아본 적 없는 청년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 것 자체로 우리의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됐다고 본다.” -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인터뷰 가운데

◇ 요리, 건강 등 커뮤니티 활성화로 삶의 질 향상

1층 공용공간 칠판에는 입주자 및 주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이 적혀 있었다.
1층 공용공간 칠판에는 입주자 및 주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이 적혀 있었다. /사진=시사위크

‘1인 가구’를 위한 공간에 더해 필수적인 게 커뮤니티다. 만약 모르는 사람과 화장실을 공유하라고 하면 백이면 백 불편해한다. 하지만 상대가 서로 잘 아는 사람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때부터는 사용규칙과 관리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간’이 좋은 셰어하우스의 하드웨어라면, ‘커뮤니티’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서울시 역시 커뮤니티 기능을 사회주택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로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입주자간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도 한창이다. 정기적인 입주자 모임 개최나 1~4호점 건물마다 특색을 마련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지역주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1호점에 회의실, 간담회 장소를 뒀고 2호점은 옥상 정원, 3호점은 공방을 각각 준비했다. 또한 지역사회와 연계해 쿠킹, 캘리 그라피, 건강음료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입주민들 사이 혹은 입주민과 동네주민 사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였다.

고시원은 건물 안에서 자기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잠만 자고 모든 생활은 밖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입주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최소한 타운하우스가 되면 안 되지 않겠나. 사법시험 폐지 후 고시원들이 문을 많이 닫았는데, 그런 문제들을 보면서 지역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집을 기반으로 바꿀 수 있는 경험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보자. 입주자뿐만 아니라 동네거실처럼 지역주민도 함께할 수 공간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이었다.

◇ 수익성 제고 없이는 확산 어려워

사회주택 사업자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사회적 경제주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자 현황조사.
사회주택 사업자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사회적 경제주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자 현황조사.

현재 4호점을 준비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사회주택 사업은 민간이 운영의 주체인 만큼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다. 서울시 공공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시세의 80% 임대료 제한’ 등 제약사항도 많다. 이에 초기 사업자들은 사실상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측면이 크다. 좋은 셰어하우스 모델의 확산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장벽이 바로 ‘수익성’이다.

현 대표의 경우, 2014년 서울시로부터 7,500만원의 보조금과 1억5,000만원의 개인융자를 받아 1호점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3년 반 동안 운용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험적인 측면을 감안해도 최소한의 경비를 맞추기 힘들 정도로 실적이 그리 좋지 않다. 초기에는 흥미를 보였던 건물주들도 낮은 수익성 때문에 점점 참여를 꺼린다고 한다.

공공에서는 (예산이 들어갔으니) 제어를 하려고 하고, 민간은 좀 더 나아가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리스크는 거의 민간이 지고 있어서, 지금의 운영방식은 이윤이 남는다고 보기 어렵다.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지만 지역 안에서 해결책을 마련해 2020년까지 샘플을 만드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주거공간 개선을 통해 지역이슈, 지역활성화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고민이 있다.

서울시도 사업자들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가 공개한 ‘사회주택 사업자 개선방향’ 보고서에서는 “사회주택 사업비를 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긴 하지만 대출금을 단기에 상환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있고, 현재 사회주택 사업구조에서는 사업자의 수익환수 가능 기간이 매우 장기적으로, 사업자의 부담이 되고 있다”며 “장기사업 특성에 적합한 인내 자본공급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