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예방접종은 부모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는 로타바이러스의 경우 많은 고민과 혼란을 안기기도 합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영유아 예방접종은 부모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는 로타바이러스의 경우 많은 고민과 혼란을 안기기도 합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주엔 한글날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처가댁이 있는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하필 태풍도 다가와 다소 걱정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다행이었습니다.

어느덧 4개월을 훌쩍 넘긴 제 딸에겐 많은 것이 처음인 여행이었습니다. 우선, 생애 첫 부산이자 외가댁 방문이었죠. 또 내려갈 땐 KTX를, 돌아올 땐 비행기를 이용했는데요. 이 역시 생애 첫 경험이었습니다. 다행히 요즘 들어 부쩍 큰 아이는 울거나 보채지 않고 낯선 사람에게도 애교를 부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답니다.

생애 첫 비행기를 탄 딸아이입니다.
생애 첫 비행기를 탄 딸아이입니다.

10월 들어 언제 더웠냐는 듯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감기가 걱정되기 시작하는 때죠.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엔 영유아 예방접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산부인과에서 퇴원하기 전날 간단한 교육을 받았는데요. 아이를 보살피는데 있어 핵심적인 내용과 함께 영유아 예방접종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다음날이라 다소 들뜬 상태이기도 했지만, 무슨 예방접종이 그리도 많은지 알아듣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괜히 초보아빠가 아니었죠.

다행히 출산 후 받게 되는 아기수첩이나 보건소에서 배포하는 책자 등을 통해 언제, 어떤 예방접종을 맞혀야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맞히는 BCG(결핵)와 B형 간염부터 뇌수막염, 소아마비, 폐렴구균,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등 6개월 내에 맞혀야할 예방접종이 수두룩합니다. 수두, 홍역, 풍진, 일본뇌염 등 돌이 지난 뒤에도 예방접종은 계속되죠.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입니다. 생존을 향한 인류의 발전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지고요.

이처럼 필수적인 예방접종(총 17종)은 모두 국가예방접종에 해당됩니다. 만 12세 이하는 전국 보건소 및 지정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습니다. 독감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는 예방접종도 있습니다. 국가예방접종처럼 국가가 나서서 반드시 접종하도록 지원 및 관리하진 않지만, 혹시라도 아프지 않으려면 미리 맞아두는 것이 좋은 예방접종이죠.

그중에서도 부모들을 고민과 혼동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입니다. 쉽게 말해 장염을 예방해주는 것인데요. 문제는 가격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맞는 곳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은 크게 두 가지로 가능합니다. 하나는 로타텍이고, 또 하나는 로타릭스입니다. 각기 다른 회사에서 만든 백신이라는 점과 로타텍은 3회, 로타릭스는 2회에 걸쳐 접종한다는 점 정도가 차이인데요. 일부에선 “뭐가 더 낫냐”를 놓고 따지기도 하지만, 여기선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찾은 소아과에서는 로타텍이 1회 10만원씩 총 30만원에 접종할 수 있었고, 로타릭스는 1회 13만원씩 총 26만원에 접종이 가능했습니다.

아이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만 생각하면 20만원~30만원은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부담이 큰 시기이기에 이러한 예방접종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 또한 분명 사실이죠.

그런데 다른 곳에선 더 비싸기도 하고, 더 싸기도 하더군요. 아내가 조리원 동기에게 접한 정보에 따르면, 어떤 병원에서는 로타텍을 1회 6만5,000원(총 19만5,000원), 로타릭스를 1회 8만5,000원(총 17만원)에 접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총 비용이 10만원 안팎이나 차이가 난다고 하니 괜히 찜찜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하고 있는 표준 예방접종 일정표(소아용) 입니다. 대부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 부담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하고 있는 표준 예방접종 일정표(소아용) 입니다. 대부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 부담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둘러싼 부모들의 고민은 온라인 커뮤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데 꼭 맞혀야할지 부터 로타텍과 로타릭스 중 뭐가 더 나은지, 저렴하게 맞힐 수 있든 곳이 어디인지, 저렴하다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 혼란이 상당하더군요.

로타바이러스의 첫 접종은 생후 2개월부터 시작됩니다. 저희 같은 초보엄마아빠에겐 많은 것이 생소하고, 작은 것 하나도 고민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시기죠. 더욱이 아이의 건강과 돈 사이에 자리하는 이러한 고민은 더 큰 씁쓸함을 갖게 합니다. 가뜩이나 아이 키우기 힘들고, 갈수록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이러한 고민이라도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은 국제보건기구(WHO)가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그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됐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학 시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확인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 국내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률은 70~80%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이 예방접종에서 소외되고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죠. 앞서 지적했듯 예방접종에 나서는 부모들의 혼란도 상당하고요.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시키는 등의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최소한 전국 어디서든 똑같은 가격에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예산 문제로 어렵다면 일부만이라도 지원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공론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용에 그치거나, 진전이 없는 경우가 많았죠. 지난해 취임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역시 로타바이러스의 국가예방접종 포함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용효과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요.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습니다.

최근 인천시 연수구에서 불거진 논란은 아이 가진 부모의 마음을 더욱 씁쓸하게 만듭니다. 연수구는 지난 2월 ‘선택예방접종 무료 접종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관내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로타바이러스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무료 예방접종을 보건소로 한정한 것을 두고 의료계는 환자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 발상이자 선거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지역 내 병의원에서도 위탁 무료접종이 가능한 것으로 변경됐지만, 의료계의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지적 또한 제기됐죠.

아이들 건강 및 부모 마음과 직결되는 사안들이 더 이상 ‘선거용’이니 ‘밥그릇’이니 하는 논란에 얽히지 않길 바랍니다. 방법은 찾기 마련입니다. 문제의 출발점은 간단하고요. 아이들의 배가 덜 아프게 해주자는 거죠. 어른이라면, 얼마든지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어른들의 역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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