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5위에 올랐다. 사진은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드 슈밥 회장. /뉴시스‧AP
한국이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5위에 올랐다. 사진은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드 슈밥 회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이 세계경제포럼(WEF)이 16일(현지시각) 발표한 2018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세계 140개 국가 중 15위에 올랐다.

지난 2017년 순위(26위)보다 11계단, WEF가 올해 만든 새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한 것과 비교해선 2계단 높아진 순위다. 거시경제 안전성 항목과 ICT 항목에서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긍정적인 지표를 다수 기록한 것이 원인이다. 다만 시장경제체계의 미흡성과 후진적 노동시장, 그리고 미약한 혁신 기반 등 취약점도 눈에 들어왔다.

◇ “시장 독과점 현상, 여전히 존재해”

한국은 생산물시장 항목에서 종합 67위에 그쳤으며, 특히 시장 독과점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은 ‘시장 독점’ 항목에서 3.5점을 얻어 전체 93위에 자리했다. 작년(101위)과 큰 차이가 없는 순위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업체 간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 1~7점(높을수록 경쟁시장)으로 나타낸 서비스업 경쟁도 조사에서 5.2점을 받았다(51위). 다만 해석에는 주의가 따른다. WEF는 서비스업의 경쟁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질문지를 전문직(법률‧회계 등)과 소매업, 네트워크(교통‧통신‧우편 등)의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구성했다. 전문직에선 일부 로펌‧회계법인이,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공기업 또는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가 형성된 한국의 특성상 소매업계를 제외한 서비스산업은 동 순위 국가들보다 독과점 정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기타 항목에서는 관세장벽이 외국 자본의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관세제도가 전반적으로 복잡하고 비관세장벽의 활용도도 높다는 내용이다. 관련 항목에서 1위를 석권한 것은 동아시아에서 자유시장경제체계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는 싱가포르와 홍콩이었다.

◇ 자유와 권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노동시장

통상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근로자들의 권리보장 수준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임금결정의 유연성’ 항목에서 3위, ‘고용‧해고 관행’에서 13위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근로자의 권리를 얼마나 잘 보장하고 있는지 묻는 항목에서는 84위에 그쳤다. 노르웨이의 경우 미국이 높은 점수를 받은 두 항목에서 각각 78위와 131위에 자리한 대신 근로자의 권리는 세계 6위 수준으로 매우 잘 보장돼있었다.

반면 한국은 임금결정의 유연성(63위)과 고용‧해고 관행(87위)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관련된 항목들 뿐 아니라 근로자의 권리(108위)도 부족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지만, 그렇다고 근로자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낮은 노사협력(124위)과 국내 노동 이동성(75위) 순위로 이어졌다.

한국은 이와 같은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항목에서 종합 48위에 올랐다. ‘임금 및 생산성’과 ‘노동정책’에서 양호한 평가(각각 16위‧30위)를 받은 결과다. 다만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혁신, 인프라는 마련… ‘도전하는 분위기’는 아직

세부항목별로 점수 격차가 가장 큰 평가분야는 한 국가가 혁신성장의 기반을 얼마나 잘 마련했는지를 평가하는 ‘혁신역량’ 항목이었다. 한국은 총합 79.2점으로 전체 8위에 올랐으며, 일본(79.3점)‧영국(79.2점)과 함께 상위권 그룹을 형성했다(1위 독일‧87.5점). 기업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혁신에 대한 자극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를 평가하는 구매자 성숙도(2위)와 특허 출원(3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4.2%로 세계 2위 수준이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반면 창의적 사고(90위)와 상호 협력 및 다양성(80위), 기업가 정신(50위)에서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정보통신기술 시스템과 기술개발투자 등 기초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혁신이 장려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조성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WEF는 한국과 일본을 ‘혁신 상하위권 국가’로 묶으며 이들이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영 리스크에 대한 국가별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1~7점, 높을수록 긍정적)에서 한국 응답자들의 평균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하락했으며, 최근 들어 다소 회복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4점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스라엘 6점‧독일 5점). WEF는 이에 대해 기업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기회비용이 높다는 것, 그리고 주류 시장을 벗어나는 아이디어에 대한 포용성이 부족한 사회 분위기가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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