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농촌에서 해법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 시사위크
노후대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농촌에서 해법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서울에 거주 중인 A씨(27)는 올해 귀농을 위한 교육과정에 등록, 수업을 듣고 있다. 정년 보장도 없는데다가, 박봉에 직장생활로 얻는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최근에는 자신이 재배할 작물과 지역 및 정착지원금 등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나 자신과 가족 없이 일만 했지만, 성과도 없이 지쳐갔다”며 “땀 흘려 일한 만큼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각박한 도시에 살아가다 보면 농촌은 상대적으로 여유와 정감 있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농사와 농업인은 정년 없는 평생직장과 직업이란 점도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귀농자들 중 억대 매출을 올리는 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노후대책의 한 방편으로 ‘귀농’이 꼽히는 배경이다.

물론 귀농귀촌 현상이 1997년 IMF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한다. 당시엔 도시에서 직장을 잃은 이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쫓겨 가다시피 시골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도시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재차 일었던 귀농귀촌 붐은 진행양상이 달랐다.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낀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귀농이 이뤄졌고, 농사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인 가공품, 체험·관광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정부도 발맞춰 귀농귀촌에 대한 정책을 내놨고, 2012년도엔 농촌진흥청 산하에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설립했다. 2014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산하로 소속을 옮긴 귀농귀촌종합센터는 상담원 수를 늘리고, 정책 정리를 비롯해 교육 등 관련 사업을 확장 중이다.

다만 귀농은 삶의 패러다임을 180도 변화시키는 계기인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타국에 이민을 가는 것처럼 귀농을 준비하라’고 제언하는 김귀영 센터장을 <시사위크>가 만나봤다.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난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 시사위크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난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 시사위크

-귀농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들었다. 현황이 어떤가?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현재 센터에는 한국농어촌공사, 산림청, 농협 등에서 파견 나오신 분들이 상담을 도와준다. 각각 농지임대차, 임업, 귀농자금지원 관련 등이다. 그리고 전반적인 부분의 상담인력 세 분 등 총 여섯 분의 상담원이 계신다. 온라인, 전화, 출장 등으로 상담이 진행되는데, 1일 약 100~150명 정도 상담한다. 작년 기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또 온라인 포함 지난해 약 7만5,000명이 교육 받았다.”

-귀농 희망자의 연령대도 꽤 젊어졌다고 들었다.
“아직 주력은 50대이지만, 농가, 농촌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귀농교육을 받는 이들 중) 50대가 40%, 60대가 24%, 40대가 25%, 30대 이하 청년층이 10.5% 정도다. 귀농 이유도 ‘발전 가능성’ 전원생활‘ 등 다양화 됐다.

예전엔 연세 드신 분들은 부인 때문에 못 간다고 했는데, 젊은 층은 오히려 여성들이 적극적이다. 주제가 ‘먹거리’기 때문이다. 먹거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여자들이 가면 사업적으로도 보탬이 된다.

현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삶의 가치가 전환되는 과도기로 생각된다. 과거엔 고향이 어디든 도시로 가서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인생의 성공모델이 됐다면, 지금은 다르다. 경쟁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회적 프레임, 통념을 떠나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보자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귀농이 어렵다고 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어린 시절 농사를 경험했던 중장년층은 일이 끊이질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60세 이상 어르신들도 노후생활로 귀농을 생각하지만, 노동력이 문제다.
“새로 (귀농을) 가는 이들은 기존 농업을 바라보고 가면 안 된다. 좀 더 스마트하게 해야 한다.

횡성 양구의 시래기는 백화점에서도 비싸게 팔린다. 제일 처음 귀농한 사람이 무는 버리고 시래기만 하우스에서 말려서 팔았다. 근데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시래기가 질기지 않고 바로 요리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해서, 시래기만 갖고 돈을 번다.

담양에선 딸기농사를 하는 분도 계신다. 처음엔 5개동을 재배해 1억을 벌었는데,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다음해 1개동을 없애며 품질을 높였고, 딸기 시세가 안 좋을 때는 체험학습 신청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1억을 벌었다. 지금 목표는 2개 동만 해서 1억 벌기라고 한다.

그리고 유기농으로 유럽종 포도농사를 6,600평 짓는 한 분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줄였다. 유기농인데 제초작업을 안하고, 풀이 어느 정도 크면 꺾어 눌러 거름이 되게 한다. 초생재배라는 방식이다. 그리고 거기는 체험으로 오는 이들에게 100% 판매하기 때문에 따질 않는다. 제초제를 안 쓰고, 친환경인 유박비료는 정부지원도 받는다.

또 스마트팜은 돈이 많이 들지만, 약간의 비용만으로도 자동화 시킬 수 있는 게 많다.”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 시사위크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 / 시사위크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도 귀농이 쉽진 않을 것 같다.
“귀농도 사회적 이민이다. 농촌과 맞지 않는데 도시에서 일자리가 없다고 무작정 귀농하면 실망하게 된다. (거주지만 농촌으로 옮기는) 귀촌은 좀 덜하지만, 귀농은 이민 하는 것처럼 준비하라고 한다. 이민을 가면 그 나라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법을 알아야 한다. 아니면 범법자가 된다. 그리고 문서에는 없는 관습법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농촌에선 자꾸 참견한다. 마을회의에 나오라 그러고, 명절 때는 도시에서 오는 손님맞이를 위해 마을 방송으로 주말 새벽부터 풀베기 일정을 알린다. 귀농자 중에는 ‘내가 왜?, 내가 그러려고 이사 왔나’ 하는 이들도 있다. 참견이라고 비춰질 수 있지만, 애정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제가 충남 홍성 시골에 산다. 면 인구가 3,000명이 조금 넘는데, 수십년을 살다보니 누구네 집 그러면 다 안다고 보면 된다. 그럼 면 전화번호부를 보고 청첩장을 보내도 될 정도다.

또 농촌에 벌레가 많다. 풀이 피부에 스치고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귀농한다면 일자리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농촌에선 아무래도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걸 대신할 수 있는 가치를 느껴야 한다. 그 외 나이 드신 분들은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몸을 돌볼 수 있는 의료기관과 가까이 있는 곳을 귀농지역으로 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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