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노조 연대 소속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갑질’ 고객 거부권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서비스연맹노동조합
18일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노조 연대 소속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갑질’ 고객 거부권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서비스연맹노동조합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감정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고객의 ‘갑질’에 노출됐을 때 이를 방치하는 사업주에게 오늘부터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법에 따르면 고객 응대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생길 우려가 높을 경우, 사업주는 업무를 중단시키거나 필요할 경우 치료와 상담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고객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할 경우에도 사업주는 CCTV 영상과 같은 증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거나 이 같은 요구를 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감정노동자 피해 외면시 사업주에 과태료 부과… 노동계 “실효성 의문”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의 지위가 실제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과 다르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전국서비스연맹노동조합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과연 오늘부터 감정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80% 이상은 간접고용 방식의 입점(협력)업체 소속이다. 그러나 현재 개정법은 원청 소속 노동자만 보호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모 백화점은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을 제작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어떠한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더욱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관련법의 내용과 관계없이 유통업체의 매뉴얼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원청 소속 노동자들 또한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측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고객이 폭언을 하는 경우 기업 고객응대 매뉴얼은 ▲1차 정중한 어조로 중지 요청 ▲2차 단호한 어조로 중지를 요청 ▲3차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 ▲4차 응대 종료 안내로 구성돼있다.

노조는 “이 단계를 거칠 동안 상황은 십중팔구 악화될 것이며 심각한 폭언과 폭행이 노동자에게 가해질 수 있다”면서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고객의 폭언 등에 대해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을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요구권은 사실상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사업주들은 유통사업장의 모든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자 보호법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노동자의 즉각적인 업무중지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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