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자리한 LG하우시스 옥산공장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자리한 LG하우시스 옥산공장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건자재 전문 기업 LG하우시스가 내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원재자값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급락하는 주가로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사내 부조리를 고발하는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기업 이미지마저 훼손되고 있다.

◇ 내부 고발 복병 “집단 괴롭힘에도 회사가 방관”

엎친데 덮친격이다. 실적과 주가 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고통 받아 온 직원들의 폭로가 터져 나온 것. 지난 2009년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후 창립 1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고 있는 LG하우시스에게 벌어진 일이다.

지난 17일 직원 6명을 통해 전해진 LG하우시스의 조직문화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는 후진성을 보여줬다. 왕따와 괴롭힘, 욕설 그리고 폭력까지. 마치 물리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청소년 교실을 연상케 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또 2011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세간에 익숙해진 ‘기수열외’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이날 충청북도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LG하우시스 직장 내 집단 괴롭힘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이 회사 옥산공장의 한 팀에서는 팀장을 중심으로 노조원을 따돌리는 문화가 고착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후배가 노조원 선배에게 반말이나 욕설을 하는 행위가 용인됐으며, 폭행도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에서 배제된 직원 중에는 자살을 시도한 이도 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그럼에도 회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윗선에 보고를 하면 오히려 노조원들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청주노동인권센터 측은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폭행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실태 조사나 개선 조치가 10개월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피해자 모임 회원이 소속된 팀에서만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사람만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익성, 주가 급락… 창립 10주년 앞두고 최대 위기

이 같은 주장에 대해 LG하우시스는 “개인 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일이며 집단적으로 발생한 일은 아니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따돌림 문화가 팽배해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는 탄신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 내부 직원에 의해 치부가 드러난 LG하우시스는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이번 폭로는 실적과 주가를 회복하는 데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터져 나와 LG하우시스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PVC와 가소제, MMA 등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LG하우시스의 수익성이 급락한 상황. 지난 2분기 LG하우시스의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하락한 335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반기 누적순이익(83억)은 같은 기간 무려 82% 급락했다.

주력 사업인 건축자재부문은 물론 미래 성장 동력인 자동차 소재 및 산업용필름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해당 사업에서는 2분기 4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됐다.

최우선 과제인 주가 회복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향후 국내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 등이 나오면서 증권가에서는 LG하우시스의 목표 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실제 2014년 주당 가격이 20만원을 돌파했던 LG하우시스의 주가는 이달 6만원 선까지 무너져 내린 상태다. 이처럼 연말을 앞두고 터진 겹악재를 하루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LG하우시스에게 내년 창립 10주년은 악몽으로 남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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