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 살충제 계란, 라돈 침대까지. 우리 일상과 밀접한 제품들의 유해성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있다. 내 돈 주고 구입한 제품이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배신이자 공포였다. 지난해 불거진 유아용매트 친환경인증 취소 사태, 이른바 ‘크림하우스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생각해 비교적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제품을 구입했던 부모들은 ‘친환경인증 취소’ 소식에 분노했고, 거센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논란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모두가 상처를 입고 있다. 크림하우스 사태 그 후 1년을 <시사위크>가 돌아본다.

지난해 크림하우스 유아용매트 친환경인증 취소는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지난해 크림하우스 유아용매트 친환경인증 취소는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다양한 인증으로 안전성을 강조하며 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던 유아용매트 업체 크림하우스. 그러나 지난해 11월, 크림하우스는 거센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환경부가 크림하우스 제품 ‘스노우파레트 네이처’에 대해 친환경인증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었다.

안전성을 거듭 강조한 크림하우스와 홈쇼핑 등 판매채널을 믿고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은 또 다시 불거진 유해성 논란으로 혼란과 분노에 빠졌다. 어린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깝게 접하는 제품이기에 더욱 그랬다. 온라인상엔 크림하우스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쏟아졌고, 항의전화와 반품·환불 요청이 폭주했다.

크림하우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친환경인증은 애초에 인체유해성과 무관하고, 제품의 생산·사용·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인증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환경부의 인증 취소 자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아울러 크림하우스와 각종 판매채널 모두 친환경인증 취소로 인한 환불 등의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환불을 실시할 경우,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었고 억울한 파산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유해성이나 회사 측 대응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뜨거운 논란이 계속됐다.

그리고 약 1년이 흘렀다. 당시 뜨겁게 달아올랐던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진 상태다. 하지만 크림하우스 사태의 진실을 무엇이었는지, 어떤 결과로 마침표를 찍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법정으로 간 크림하우스 사태

지난 10월 5일은 크림하우스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선고가 예정된 날이었다. 그러나 바로 전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측이 추가 변론을 요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변론재개가 결정됐다. 이로써 해당 소송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크림하우스 사태가 낳은 소송은 하나 더 있다. 해당 제품을 구입한 고객 93명이 크림하우스와 판매채널 등 총 14곳을 상대로 제기한 ‘환불소송’이다. 현재 이 소송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소송을 제기한 고객 모임 측 변호사는 “크림하우스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행정소송 결과가 내려져야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재판부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행정소송의 결과가 미뤄진 가운데, 고객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론도 그만큼 늦어질 전망이다.

소송 주체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먼저 환경부는 크림하우스 매트 친환경인증 취소에 대해 “제품에서 금지 성분이 검출됐고, 인증기준에 부적합해 취소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가 된 성분은 DMAc(디메틸아세트아미드)이며, 검출량은 각각 157ppm과 243ppm이었다. DMAc는 주로 기계를 세척하는데 사용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크림하우스 측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측정 방식은 물론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내에는 DMAc와 관련된 인증 기준이 없고,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DMAc에 대한 인증 기준을 가진 유럽의 OEKO-TEX는 유아용품 1,000ppm, 최고등급 유아용품 500ppm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이 제기한 소송은 관점이 조금 다르다. 이들은 단순히 일각에서 제기된 유해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동기에 의해 제품을 구매했으니 이를 환불해달라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고객 모임 측 변호사는 이에 대해 “만약 크림하우스 매트에 특정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크림하우스 매트가 받은 친환경 인증이 실제로는 매트의 안전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또 크림하우스 매트가 안전성과 관련된 이슈에 휩싸일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굳이 고액을 지불하고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한 이 같은 소비자의 생각은 크림하우스가 친환경·유해물질 없음·안전한 매트 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아 진행했던 광고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올해 초부터 5개월에 걸쳐 크림하우스의 허위·과장광고 여부를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 엇갈린 인증 인식, 모두에게 상처

결과적으로 크림하우스 사태는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극심한 혼란에 내몰렸던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찜찜한 마음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유아용매트 분야에서 입지를 넓혀가던 중소기업 크림하우스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크림하우스 관계자는 “고객들을 위해 여러 자료를 제시하고, 설명회를 열고, 심지어 200여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검사까지 진행했다. 덕분에 현재는 회사를 믿어주시는 고객 분들이 많아졌지만, 매출 타격은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증기관으로서 논란에 휩싸이며 신뢰도에 물음표가 붙게 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역시 상처가 없지 않다.

이처럼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크림하우스 사태를 낳은 본질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진행 경과를 살펴보면 기업의 소비자 기만도, 인증기관의 갑질이나 부실한 검증도, 고객들의 막무가내 요구도 이 사건의 본질로 보긴 어렵다. 인증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인식과 입장, 그리고 여기서 비롯된 오해가 사태를 낳고 키운 본질이다.

기업과 정부가 해당 인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내했다면, 소비자들이 친환경인증이 인체유해성과 무관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논란은 이정도로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각 주체들이 입은 상처도 지금보다 훨씬 덜했을 수 있다.

어쨌든 크림하우스 사태는 1년여가 지난 지금껏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나올 소송 결과 등에 따라 적잖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이번 국감에서도 환경부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위크>는 크림하우스 사태가 어떤 마침표를 찍게 될지, 또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기게 될지 끝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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