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작은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포스코
서울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작은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포스코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백 명에 달하는 하객과 줄지어 늘어선 화환들. 화려한 인테리어와 고가의 음식. 값비싼 드레스·턱시도에 화려한 패물까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결혼식 풍경이다.

물론 생애 단 한 번 있는 소중한 결혼식이지만, 경제적 부담이 지나치게 크고 낭비 또한 심한 것이 분명 사실이다. 찍어내듯 똑같고 허례허식으로 가득한 결혼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얼 남기는지 물음표가 붙기도 한다.

이에 최근엔 규모와 비용을 줄이는 대신 특색과 의미를 키우는 결혼식이 점차 늘고 있다. 시대 흐름과 함께 결혼문화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원한다고 해서 이러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결혼문화와 결혼 관련 시장 때문이다. 하객을 어느 선까지 초청해야 할지, 초청하지 않았다가 뒷말이 나오진 않을지, 비교적 작은 규모의 결혼식과 피로연 음식에 실망하진 않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마땅한 장소 등을 찾기 어렵거나 오히려 일반 예식장 결혼식보다 비용이 더 드는 등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스코의 ‘작은결혼식’ 문화 선도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포스코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작은결혼식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월말까지 약 6년간 1,063쌍이 포스코의 작은결혼식 캠페인으로 화촉을 밝혔다. 연평균 177건의 작은결혼식이 진행된 것이다.

포스코는 작은결혼식을 위해 서울 포스코센터 로비(아트리움) 및 아트홀 뿐 아니라 송도 포스코건설 다목적홀, 판교 포스코ICT 사옥, 포항 본사 대회의장 등 지역별로 지정된 장소를 예식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양가 하객 수 200인 이하, 화환 최대 6개(양가 각 3개, 초과 시 반출), 피로연 인당 식사 단가 4만원 이하 등 작은결혼식 취지에 맞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특히 포스코 및 포스코 그룹사 임원은 작은결혼식 가이드라인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센터 로비 및 아트홀, 송도 포스코건설 다목적홀, 판교 포스코ICT 사옥, 포항 본사 대회의장 등을 결혼식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는 포스코센터 로비 및 아트홀, 송도 포스코건설 다목적홀, 판교 포스코ICT 사옥, 포항 본사 대회의장 등을 결혼식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

반응은 뜨겁다. 올해 포스코센터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 직원은 “외부 결혼식장을 가보면 한 번에 여러 건의 결혼식을 치르다 보니 쫓기듯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는데, 회사 사옥에 마련된 예식홀은 합리적 가격과 함께 하루에 2회 전후로 식장을 운영해 특별한 날이라는 실감이 났다. 주차장소도 여유롭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지들이 포스코를 자연스럽게 둘러보면서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자긍심도 절로 든다”고 말했다.

포스코ICT에 근무하는 한기정 씨도 회사에서 작은결혼식 서약을 한 후 자녀에게 먼저 작은결혼식을 권유했다. 그는 “평소 호화로운 결혼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가족과 사돈댁에서도 모두 작은결혼식에 동의해줬다. 하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직원 복지혜택으로 제공된 환경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것을 부러워했고, 실제 결혼식을 본 동료, 선후배들이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협력사 아이랙스 소속의 임우성 씨는 “작지만 행복한 결혼식을 원했기 때문에 크고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없다”며 “아직 작은결혼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 같은데, 앞으로 이러한 복지혜택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작은결혼식 문화 전파에 솔선수범 중인 포스코는 작은결혼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예식홀을 이용한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주기적으로 개선·보완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신부대기실과 폐백실을 리모델링하고 예식 비품을 전량 교체하는 한편, 영상과 음향을 담당하는 웨딩업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우수한 업체를 선별해 계약하고 있다. 또한 하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피로연장은 선택 가능한 식당 범위를 확대하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7월 취임한 최정우 회장이 비전으로 제시한 ‘With POSCO(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에 정확히 부합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작은결혼식 문화를 확산시켜 배려와 공존,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숙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기업시민의 역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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