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특혜 문제로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감사원 결과에서 “증거가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에서 오른쪽은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다. /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특혜 문제로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감사원 결과에서 “증거가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에서 오른쪽은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포문을 연 것은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그는 18일 서울시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제기했다.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모(19) 군이 전동차에 치어 사망한 사건 이후 서울시가 대책안으로 내놓은 산하기관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재직자의 가족과 친척이 정규직으로 상당수 채용됐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일자로 채용된 해당 인원만 108명으로 확인됐다.

◇ 고용세습 의혹으로 얼룩진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처럼 특별히 비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이번에 채용되는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사내에 공유됐다는 점, 식당 찬모, 이발사 등 안전과 무관한 일반 업무직까지 정규직 전환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유민봉 의원은 “일반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은 어떤 기준으로 채용했는가. 이 부분이야말로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 특혜 시비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국정감사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기습 시위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서울시 국정감사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기습 시위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박원순 시장의 답변이 필요한 질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울교통공사 인사 규정에 ‘임직원의 가족, 친척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대 채용은 금지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임직원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규정 위반이 아니냐(유민봉 의원)는 것. 둘째,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노조 조합원, 임직원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하면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사는 취업준비생은 어쩌라는 것이냐(김영우 의원)다. 올해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공채는 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박원순 시장은 진땀을 빼야 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만큼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노총까지 얽혔다. 복직한 서울교통공사 민주노총 간부 30명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전 노조 간부의 아들의 고용세습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단순히 서울교통공사의 문제가 아니라 박원순 시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박원순 책임론’이다. 야당의 공세에 여당은 “박원순 시장이 선도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나서다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강창일 의원)”이라며 방패 역할을 했으나, 내부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일례가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내부 점검을 하고서도 관련 의혹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는데 “도대체 서울시 감사실은 무얼 한 것이냐. 박원순 시장이 좀 물러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의혹은 채용비리로 덩치가 커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까지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유민봉 의원의 주장대로 서울교통공사가 진행한 ‘가족 재직 현황’ 조사에서 응답률(11.2%)이 저조한 이유가 ‘응하지 말라’는 노조의 공문이 영향을 미쳤다면 후폭풍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 신상 정보에 대한 마구잡이식 조사라는 노조 측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특혜가 의심되는 친인척 채용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108명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는 해석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의 고민이 깊어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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