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 국민의 기름값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판. /뉴시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 국민의 기름값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판.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기름값의 상승세가 매섭다.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1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이후 가장 높아진 유가와 함께 ‘유류세 인하’ 논의도 10년 만에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할 계획임을 밝힌 것이 시작이다. 휘발유·경유 등에 붙는 세금을 내려 서민들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 민생경제에 얼마나 도움 되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유류세 인하를 언급한 것은 물론 국제유가의 뚜렷한 상승세 때문이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이번 달 들어 80달러 선을 넘어섰으며, 일각에서는 100~120달러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국내 석유류 품목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7% 높아졌다. 작년 9월 석유류제품 물가 역시 16년 9월에 비해 6.1%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 물가는 그 이상이다.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 일반적인 조세항목을 제외하면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지방주행세, 교육세의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휘발유 1리터당 529원, 경유 1리터당 329원으로 설정돼있고 지방주행세와 교육세는 각각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와 15%로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이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10월 첫째 주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는 리터당 57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과연 유류세 인하가 서민층의 지출부담을 낮춰 경제 활력을 제고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가이다. 이원욱 의원이 “서민세금 부담 완화와 내수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시기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 반면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가구당 연료비 절감혜택이 5,740원(한 달 휘발유 사용량을 70리터로 가정)에 불과해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기엔 미흡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히려 석유제품의 수요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돼 정유업체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2012년 발표한 ‘유가 급등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가 서민층보다 부유층에 더 유리한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민층이 부유층보다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자동차 배기량도 작기 때문이다. 유류세가 인하됐던 2008년 2분기에 소득1분위가구는 월평균 880원, 5분위가구는 5,578원의 혜택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유류세 인하가 ▲친환경 녹색성장 정책과 방향이 맞지 않고 ▲정부 세수를 크게 감소시키며 ▲실질적인 휘발유·경유 가격하락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 유류세 인하 대신 환급·폐지 주장도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보편적 복지제도인 ‘유류세 인하’ 대신 선택적 복지제도인 ‘유류세 환급’을 주장했다. 현재 연 2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경차 유류세 환급제도를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소형·중형차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배기량이 낮은 자동차에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유류세 환급 방안은 녹색성장 전략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질의에 대해 배기량 기준 2,500CC 미만 차량이 약 80%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유류세 인하가 서민정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유류세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지방주행세·교육세 등을 폐지해 납세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근거는 유류세가 10% 인하됐던 지난 2008년 당시 국내 휘발유 가격이 3% 올랐다는 점이다. 동기간 국제유가가 7.8% 상승했고, 휘발유 가격에서 국제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전후니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유류세가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 유류세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수입이 막대해 완전 폐지는 가능성이 적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정부가 거둔 유류세 수입은 28조8,740억원으로 2013년 수입(22조9,996억원)에 비해 25.5% 많다. 국세청이 밝힌 2017년 국세수입이 255조6,000억원이니 유류세 비중이 11.3%에 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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