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왼쪽)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각종 소송과 관련해 교감을 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임종헌(오른쪽)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윗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양승태(왼쪽)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각종 소송과 관련해 교감을 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임종헌(오른쪽)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윗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각종 소송과 관련해 교감을 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검찰 소환 조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진술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 속속 드러나는 양승태-박근혜 교감 정황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 선고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SBS>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박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1심 선고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7시간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게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맡았던 임모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을 맡은 이모 부장판사에게 선고요지 초안 수정본을 보냈다. 임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싫어할 것”이라며 “허위사실은 명백하지만, 비방 목적이 없으니 무죄”라는 취지가 드러나는 방향으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사법농단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역시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청와대의 교감정황이 구체화되고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과 관련해 재항고이유서 등을 대필해 줬다는 의혹은 제기된 바 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진술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윗선으로 임종헌 전 차장을 언급했다.

<한겨레>는 판사 출신인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현 변호사)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을 통해 제공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서류를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 전 비서관은 또 재항고 이유서를 제출한 뒤에도 법원행정처의 검토를 거쳐 보충서면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차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건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전교조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9년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 사건 소송과 관련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가 의심된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뉴시스
전교조가 “1989년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 사건 소송과 관련해서도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가 의심된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뉴시스

◇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 소송’도 사법농단 피해”

전교조와 관련해 양승태 사법부와 청와대의 교감 정황은 법외노조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 18일 전교조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9년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 사건 소송과 관련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가 의심된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정해숙(82) 전 전교조 위원장과 고(故) 윤영규 전교조 초대위원장의 부인 이모씨 등 4명은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총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이들은 노태우 정권이 전교조 교사 1,600여명을 파면·해임한 것과 관련해 2008~2009년 각 지방교육감 등을 상대로 교원호봉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당시 2심 재판을 맡고 있던 서울고법은 2009년 7월 6일 변론을 종결하고 그해 9월 20일 선고 기일을 지정했다. 그러나 9월 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고 난 뒤 두 차례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도 11월 30일로 미뤄졌다. 또 그 사이 사건 담당 부장판사도 교체됐다고 전교조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물론 앞서 해직교사 재판과 관련한 재판거래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분명 검찰에서 조사를 해야할 사안이라고 본다. 우리는 승소를 확신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외노조 사건도 청와대 관계자의 실토로 사실상 전모가 드러난 것 아니겠냐”면서 “과거 정부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현 정부 역시 더 이상 방관할 것이 아니라, 2013년 당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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