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을 언론기사로만 접하던 시대는 갔다. 이젠 국회의원들이 직접 TV를 만들고 국민 앞에 선다. ‘폴리포터’(poliporter·politics+reporter)는 스스로 언론인이 된 정치인을 말한다. 폴리포터들은 언론이라는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유권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신에게 열광하는 지지층만을 상대로 하는 정치는 아집에 빠지기 쉽다. 20대 국회를 강타한 폴리포터 현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하고 있는 20대 국회의원 중 인기를 끌고 있는 4인. 왼쪽부터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전희경 자유한국당, 이언주 바른미래당,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시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하고 있는 20대 국회의원 중 인기를 끌고 있는 4인. 왼쪽부터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전희경 자유한국당, 이언주 바른미래당,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폴리포터로서의 활동량은 국회의원 경력과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초선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유튜브 채널은 3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업로드 된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도 수만 건에 달한다.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오가며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검찰 알아야 바꾼다’ ‘전통문화 알아야 살린다’ ‘역사 알아야 바꾼다등의 시리즈를 꾸준히 연재했다. 손 의원이 직접 해당 분야 전문가를 초대해 현안에 대한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역사 알아야 바꾼다방송에 전우용 역사학자가 출연해 <목포의 눈물>이라는 가요에 담긴 목포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식이다. 해당 영상은 17,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손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에게 인지도가 있는 인물을 초대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해 소신 있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이사가 손 의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주진형의 경제알바코너를 이끌었던 게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전희경 의원은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하기보다는 기본적인 보수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국당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전 의원은 전희경과 자유의 힘이라는 채널을 통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등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향한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전 의원은 구독자 3749명을 보유하고 있고 업로드 된 영상의 총 조회수는 6159,510회에 달한다. 전 의원의 인기비결은 뚜렷한 야성에 있다. 전 의원 유튜브 채널에 최근 업로드 된 영상은 경남학생인권조례 폭주! 학력신장은 뒷전, 학교가 정글인가’ ‘전교조특혜에 멍드는 교육, 취업률 폭락은 누구탓’ ‘서울교육청 평화통일 골든벨은 적화통일 골든벨등이다. 전 의원 유튜브를 구독하는 이들은 댓글을 통해 전희경 정말 열심히 한다” “전희경 의원님을 응원합니다” “전희경 의원 참 성실하게 의정활동 잘 한다며 전폭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손 의원과 전 의원이 20대 국회에 입성한 직후부터 꾸준히 구독자를 늘려온 원조폴리포터라면, 최근 들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신흥강자폴리포터로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꼽힌다.

특히 재선의 이언주 의원은 민주당 당적을 달고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지만, 민주당을 탈당한 후 보수색채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의원은 생각해봅시다라는 자체코너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차 평양을 방문해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북한의 집단체조를 관람한 것을 두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6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은 900개가 넘었다. 구독자들은 이언주 의원 한 명이 백 명 국회의원보다 잘한다” “바른 말씀 감사드린다고 이 의원을 응원했다.

이 의원의 경우 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에 합류하게 되면서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이 인기에 보탬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언주TV’는 최근 2만 명의 구독자를 돌파했다. 한 구독자는 댓글창에 이언주 의원님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나셨느냐“(민주당) 은수미·진선미와 같은 부류인줄 알고 TV에서 모습을 볼 때마다 채널을 돌려버리곤 했는데 최근 유튜브에서 참모습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후원하고자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를 폭로하며 일약 국감스타로 떠오른 박용진 의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용진TV’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의 활약상을 유튜브 영상으로 홍보하거나, 라이브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채널을 구독하는 지지층과 직접 소통을 하는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박 의원의 용진TV’는 구독자가 2,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장면을 편집해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8,000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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