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뉴시스
나영석 PD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CJ E&M 소속 나영석 PD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양정우 PD와 공동 연출을 맡고 있는 케이블채널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이하 ‘알쓸신잡3’)이 원작자의 허락 없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를 향한 근거 없는 루머까지 돌면서 17년 PD 생활 이래 가장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잘 나가던 나영석 PD의 경력에 치명적 오점이 남게 됐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알쓸신잡’에서 사진을 도용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사진작가 전영광 씨가 게재한 것으로, 그는 같은 날 <시사위크>에 “‘알쓸신잡’에서 내가 찍은 사진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고, 역사·문학·예술·철학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사진을 사용한 게 너무 충격적”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12일 방송된 ‘알쓸신잡3’ 4회분에 담긴 것으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묘지인 페르 라셰즈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사진 5장이 전영광 씨가 직접 촬영해 개인 블로그에 게재한 것과 일치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알쓸신잡3’ 측은 “원작자와 사전 협의 없이 사진을 사용한 점에 대해 작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면서 “상황을 인지하고 즉시 원작자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협의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제작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영광 작가의 말처럼 역사와 문학, 철학, 그리고 예술 등 지식을 논하는 프로그램에서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당연히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믿고 보는’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시청자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겼다.

나영석 PD는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한 뒤 ‘출발드림팀’, ‘스타 골든벨’, ‘여걸식스’ 등을 연출했다. 이어 2007년 ‘해피선데이-1박2일’을 최고의 전성기로 이끌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2년 CJ E&M으로 이적한 그는 론칭하는 프로그램마다 줄줄이 성공을 거두며 tvN 예능 간판 PD로 입지를 다졌다. ‘믿고 보는 연출자’ 나영석 PD는 단순 연출자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큰 부침 없이 전성기를 유지해온 나영석 PD였기에 제작진의 이번 실수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더욱이 사진 도용 논란이 불거진 당일 오후 ‘윤식당’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정유미와 염문설이 증권가 정보지(지라시)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면서 이중고를 겪게 됐다.

현재 차기 프로그램 장소 답사차 해외에 체류 중인 나영석 PD는 지난 18일 해당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먼저 ‘알쓸신잡3’에서 전영광 작가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점에 대해서 그는 “명백히 제작진의 잘못”이라면서 “책임지고 원작자에게 적절한 사과와 보상 방법을 논의하겠다. 다시 한 번 지면을 빌려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며 “최초 유포자 및 악플러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개인의 명예와 가정이 걸린 만큼 선처는 없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어 “한 가지 슬픈 일은 왜, 그리고 누가, 이와 같은 적의에 가득 찬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퍼뜨리는가 하는 점”이라며 “너무 황당해서 웃어넘겼던 어제의 소문들이 오늘의 진실인 양 둔갑하는 과정을 보며 깊은 슬픔과 절망을 느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악성 루머에 대해서 나영석 PD는 피해자다. 이에 그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적극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앞서 그는 저작권 침해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중국 방송사가 ‘윤식당’의 포맷을 그대로 차용한 프로그램을 론칭한 것. 누구보다 창작자의 노력과 저작권의 가치를 알고 있을 나영석 PD가 이번에는 비슷한 사건의 가해자가 됐다. 그의 적극 사과에도 씁쓸함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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