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이 결국 지난 19일 임시 주주총회를통해 R&D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한국지엠은 기존법인인 한국지엠이 생산과 정비, 판매를 맡고, 신설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기술개발 및 디자인을 맡는 구조가 됐다.

반발은 거세다. 한국지엠 노조는 물론 2대주주인 산업은행도 한국지엠의 마이웨이 행보에 반대 및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쟁점은 간단하다. 한국지엠은 법인분리가 R&D부문의 경쟁력을 키우고,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R&D부문이 한국지엠이란 울타리에 갇혀있지 않고, 글로벌 지엠을 통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지엠 노조는 소위 ‘먹튀’를 위한 사전작업이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향후 생산을 축소하거나 철수 과정에서 핵심 알맹이만 쏙 빼가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R&D 법인분리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충분한 협의나 소통이 없었던 점과 사회적 파장 등을 우려하고 있다.

각각의 입장은 늘 엇갈릴 수 있고, 첨예하게 대립되기도 한다. 한국지엠이 주장하는 R&D법인 분리 필요성도 나름의 논리가 있고, 이를 향한 의혹의 시선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바 있다. 군산공장 폐쇄가 경영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일 수는 있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노조나 산업은행, 지역사회와 어떠한 논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끊이지 않던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산업은행의 비토권 기간까지 끝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 같은 논란 끝에 한국지엠은 결국 정부지원을 받아냈고, 지난 5월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철수설을 다시 수면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런데 불과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한국지엠은 다시 R&D법인 분리를 강행하며 철수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한국지엠은 R&D법인 분리에 ‘좋은 의도’가 있다고 말하지만, 전후상황을 고려하면 반대나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지엠은 노조는 물론 산업은행과 국회까지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요구는 완전히 묵살됐고, 국회의 국감 출석 요청도 거부했다.

정말로 R&D법인 분리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문제라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면 어땠을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반대하는 쪽의 우려를 씻어내면서 한국지엠이 말한 ‘경쟁력 강화’를 이룰 방법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던 한국지엠의 내수시장 판매실적은 경영정상화 발표 이후 조금 회복됐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새로 출시한 이쿼녹스는 시장의 싸늘한 외면을 받았다. 이는 잃었던 신뢰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R&D법인 분리 과정에서 보인 한국지엠의 마이웨이 행보는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는 선택이다.

묻고 싶다. 한국지엠 경영진은 정말 경영정상화 의지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조금 더 현명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수 없나.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은 피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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