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박경림 리슨 콘서트' / 위드림컴퍼니 제공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박경림 리슨 콘서트' / 위드림컴퍼니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박경림.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가 뜻 깊은 해를 맞이해 ‘말하는 이’(토커)가 아닌 ‘듣는 이’(리스너)로 돌아왔다. 20주년을 맞이해 박경림이 ‘리슨 콘서트’를 개최한 것. ‘신개념’을 내세운 만큼 색다른 시도들도 엿보인 이번 공연, 과연 어떨지 직접 콘서트장을 찾아가 봤다.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린 ‘박경림 리슨콘서트’에는 다양한 세대가 참석해 취재진의 이목을 끌었다. 그간 박경림의 콘서트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콘서트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어 더욱 풍성한 공연을 기대케 만들었다. 이에 남자끼리 와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당찬 발걸음으로 무대에 등장한 박경림은 “내가 말하는 직업을 한 지 올해로 딱 20년이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웃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부터 모두가 내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귀를 막고 내 말만 하다 보니 어느덧 마흔이 됐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지게 됐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경비 아저씨, 아랫집 주민 등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듣는 것의 중요성의 깨달았다”고 ‘리슨 콘서트’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리스너'로서 관객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박경림 / 위드림컴퍼니 제공
'리스너'로서 관객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박경림 / 위드림컴퍼니 제공

 “오늘은 제가 말을 많이 할 경우 마이크를 꺼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박경림은 ‘리스너’로서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선포했다. 실제 이날 콘서트 현장에서는 즉석으로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공연 전 오픈 채팅방을 통해 모은 관객들의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박경림은 관객들의 사연에 진중하게 공감해주는 것은 물론, 재치 있는 입담으로 현장에 웃음이 끊이지 않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소통과 자신의 최신 행보가 잘 버무려진 이색 코너도 신선함을 자아냈다. 미리 받은 사연 중 하나를 꼽아 사연자와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후 사연자의 행복한 순간을 실시간으로 재현한 뒤 영화 포스터로 제작해 준 것. 최근 박경림은 영화 제작발표회 등에서 능숙한 진행 실력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사연자의 행복한 순간을 즉석으로 영화 포스터로 만들어주는 박경림 / 위드림컴퍼니 제공
사연자의 행복한 순간을 즉석으로 영화 포스터로 만들어주는 박경림 / 위드림컴퍼니 제공

1999년 대학로에서 국내 최초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이후 박경림은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로 대중들과의 소통을 이어왔다. 물론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이 토크 콘서트의 큰 원동력이겠지만, 박경림의 콘서트가 사랑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탄탄한 게스트의 출연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화끈한 게스트가 출연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수홍이 게스트로 출연해 콘서트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박경림은 “제가 박수홍 씨 팬클럽 출신이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고 박수홍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이에 박수홍은 당시를 회상하며 “국립극장 앞에서 완벽한 남학생을 봤다. 저를 보면서 ‘배우세요?’라고 묻더니 대뜸 연락처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래서 알려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내가 운이 좋은가 보다.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여동생이 생겼다. 제 삶 속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고 박경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훈훈함을 자아냈다. 

특별 게스트 박수홍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박경림 / 위드림컴퍼니 제공
특별 게스트 박수홍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박경림 / 위드림컴퍼니 제공

이날 박수홍은 “가난의 불편함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 단적인 예로 어머니가 미용실 가게를 하셨다. 손님이 오면 식사를 못한다. 반찬도 몇 개 없이 밥을 물에 말아 드시곤 하셨다. 아버지는 사업을 크게 하다가 망했다. 친척들이 다 보증을 해줘 함께 망했다”고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전했다.

계속해서 그는 자신이 결혼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수홍은 “친형이 지금도 경차를 타고 다닌다. ‘왜 좋은 차를 안타냐’고 물으니 난 자식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다더라. 난 부양가족이 없어서 내 몸뚱이 하나면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책임감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양가족을 안 만들고 있다”며 “내 꿈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너무 사랑해서 쌓을 수 있는 것, 쌓아 놓은 것과 다 바꿀 수 있는 사람과 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박수홍이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박경림은 ‘리스너’로서의 자세를 유지했다.

공연의 마지막 장식은 박경림과 박수홍의 특별 무대로 꾸며졌다. 박수홍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박경림이 노래 ‘Misty’를 따라 불러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얻었다. 특히 이 장면은 박경림의 TV 첫 출연이었던 ‘이소라의 프로포즈’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낸 것으로 관객들까지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특별공연으로 무대 마지막을 장식한 박경림과 박수홍 / 위드림컴퍼니 제공
특별공연으로 무대 마지막을 장식한 박경림과 박수홍 / 위드림컴퍼니 제공

‘신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신선한 시도도 엿보인다. 박경림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캐릭터 ‘라미’를 3D로 구현해낸 것. ‘라미’는 콘서트 초반에 등장해 박경림이 추는 춤을 따라 추는 등 재치 있는 몸동작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스타가 중심인 타 콘서트와 달리 관객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맞춘 이번 공연은 ‘소통의 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이 ‘3D 캐릭터 도입’ ‘즉석 영화 포스터 제작’ ‘박수홍과의 특별무대’ 등 이번 콘서트를 위한 박경림의 노력들은 자신을 20년간 사랑해준 팬들을 위해 받치는 ‘선물’과도 같았다.

‘토커’에서 ‘리스너’로 돌아온 박경림. 그는 “다음 공연은 작은 공연장에서 한 분 한 분 뵙고 싶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리스너’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것을 밝혔다. 대중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유쾌함과 따뜻한 감성으로 지금껏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박경림, 달려온 20년만큼 달려 나갈 20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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