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주도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두고 안팎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DGB금융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주도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두고 안팎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DGB금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지배구조’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발표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의 제도화를 위한 규정 개정도 최근 완료했다. 하지만 새롭게 마련된 지배구조안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 내부 반발에도 지배구조 개편 강행 

DGB금융은 19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관련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이번 규정 개정은 CEO 육성 및 선임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이사회의 경영감시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다. DGB금융은 김태오 회장의 주도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이를 추진해왔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DGB금융은 회장과 은행장 후보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다. 이전까지는 CEO 임기만료 약 40일 전 승계 절차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최소 6개월~1년 전, 은행장은 최소 3개월~6개월 전에 승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조치다. 또 DGB금융은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을 선정한 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종합적인 검증을 통해 최적의 CEO가 선임되도록 했다. 

또 그룹 차원의 CEO 육성과 승계 프로그램 체계화를 위해 지주사에서 자회사의 CEO 승계 과정을 통합해 관리키로 했다. 과거에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최고 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구은행과 DGB생명을 제외한 자회사에 대해서만 CEO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후보를 추천했다. 

사외이사 선임과 평가 절차도 강화한다. 앞으로 DGB금융은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 후보 추천기회를 제공하고, 전문분야별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분 관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사외이사 선임 시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위원회의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연임 시에는 외부기관 평가를 거치도록 해 공정성을 높였다.  

DGB금융 관계자는 “이번 제도 변경으로 DGB금융그룹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국내 선도사 수준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외부 안팎에선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안착할 수 있을지 우려가 높다. 이번 선진화 방안을 두고 지주사와 은행 이사회 간의 갈등의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강행됐기 때문이다. 

◇ 인사권 놓고 은행 vs 지주 ‘알력다툼’… 조직 안정화 험로

갈등의 핵심에는 은행장 추천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은행장 추천권을 지주사가 가져가게 되자 은행 이사회 사외이사진들은 반발이 거세다. DGB금융 측은 선임 과정에서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갈등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오히려 간부급 직원으로 구성된 노조가 반발에 가세하면서 내부 갈등은 더 가열된 상태다. 

대구은행 내에선 최근 3급 이상 간부직원으로 꾸려진 노동조합(대구은행 민주노동조합)이 출범한 바 있다. 기존 노동조합인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 대구은행지부는 4급 이하 직원들만 가입할 수 있다.  

새 노조인 대구은행 민주노동조합은 이번 개편안을 두고 지주 회장의 권력 독점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DGB대구은행노조(위원장 한상윤·이하 노조)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김태오 회장은 겉으로는 선진화란 명분으로 회장 1인 독점의 지배구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은행장 자리까지 차지해 장기 집권을 추진하려는 꼼수”라며 개편안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의 소통 부재도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달 18일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김 회장은 사유조차 밝히지 않고 불참하고, 은행 이사들이 많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도 수정하지 않은 채 이달 2일 은행 임원과 본점 부서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형식적인 발표만 했다”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배구조 개편에도 조직 안정화는 여전히 갈길이 먼 분위기다.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 역시, 증폭되는 내부 갈등에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장 자리는 지난 3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사태로 물러난 뒤 7개월째 공석 상태다. 선임 절차가 시작될 시, 은행 이사회와 지주사간의 다툼 양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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