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의 기세가 대단하다. / tvN ‘백일의 낭군님’ 포스터
‘백일의 낭군님’의 기세가 대단하다. / tvN ‘백일의 낭군님’ 포스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기세가 대단하다. 지난 9월 10일 첫 방송에서 5% 시청률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던 ‘백일의 낭군님’은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10회에서는 ‘마의 고지’ 10%를 넘어섰다. 지상파는 진작 뛰어넘었고, tvN 월화드라마 역대 시청률 기록(‘또 오해영’ 10.6%)까지 갈아치웠다. 지난 22일 방송에서는 11.3%(이상 닐슨코리아 기준)로 또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화제성도 높다. 지난 22일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드라마 부문에서 ‘백일의 낭군님’은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주연배우 도경수와 남지현이 1위와 2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백일의 낭군님’의 상승세는 도무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tvN 월화극의 ‘완벽한 부활’이다.

‘백일의 낭군님’은 만백성이 우러러보는 왕세자와 한 많은 노처녀를 뜻하는 조선시대 원녀의 혼인을 소재로 내세운 로맨스 사극이다. 원치 않는 혼인을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왕세자 이율(도경수 분)과 최고령 원녀 홍심(남지현 분)의 혼인담은 흔한 궁중 로맨스가 아닌 송주현이라는 작은 마을 내 평범한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도경수·남지현부터 김기두·이준혁까지 ‘연기구멍 없다’

‘백일의 낭군님’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주연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소화하는 조연배우들까지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백일의 낭군님’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건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과 흠잡을 데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도경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극중 왕세자 이율 역을 맡은 그는 기억을 잃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자’로 전락한 원득까지 완벽히 소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코믹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안정적인 연기력은 물론 사극에 최적화된 목소리와 정확한 발성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백일의 낭군님’에는 연기구멍이 없다. 이준혁(위 왼쪽)과 김선호, 김기두(중간 왼쪽)과 도경수, 이민지(아래 왼쪽)과 남지현 스틸컷. / tvN
‘백일의 낭군님’에는 연기구멍이 없다. 이준혁(위 왼쪽)과 김선호, 김기두(중간 왼쪽)과 도경수, 이민지(아래 왼쪽)과 남지현 스틸컷. / tvN

홍심으로 분한 남지현도 아역 시절부터 쌓아온 연기 내공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부터 가슴 찡한 멜로까지 한층 깊어진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에서 겉으로는 차갑게 외면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율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는 홍심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의 허수아비 왕 이호로 분한 조한철과 조선 최고 권력의 좌의정 김차언 역을 맡은 조성하는 탄탄한 연기력과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조선 최고의 뇌섹남 정제윤 역을 맡은 김선호는 순수하고 청량한 매력으로 ‘서브 남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순종보다 욕망을 좇는 세자빈 김소혜로 분한 한소희도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원득과 티격태격 ‘케미’를 발산하고 있는 구돌 역의 김기두와 송주현 마을의 아첨꾼 박복은 아전 역의 이준혁은 등장하는 장면마다 ‘빅 웃음’을 선사하며 신스틸러로 활약 중이다. 홍심의 양아버지 연씨 역의 정해균과 구돌의 아내이자 홍심의 친구 끝녀 역의 이민지도 빼놓을 수 없는 ‘백일의 낭군님’의 활력소다.

◇ 낯설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 조선판 신조어 대잔치

‘백일의 낭군님’이 탄생시킨 ‘조선판 신조어’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현재 유행하는 언어에 사극 말투를 적절히 섞어 탄생된 신조어들은 낯선 듯 익숙한 느낌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나만 불편한가”를 입에 달고 사는 이율은 기억을 잃고 원득으로 살아가면서도 찜찜한 일이 예상될 때마다 “어쩐지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다”면서 “몹시 불편한 느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다. 하기 싫은 일과 마주했을 때도 “느낌적인 느낌이 좋지 않다”라며 능청스럽게 핑계를 대 웃음을 더했다. 특히 도경수의 중저음 목소리와 차진 대사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상황에 맞는 줄임말도 적절히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매완얼(매무새 완성은 얼굴)’, ‘낮별밤별(낮에도 별로 밤에도 별로)’ 등은 현재 유행하는 줄임말을 사극에 맞게 녹여내 ‘말맛’을 살렸다. 조선시대 배경에 맞게 새롭게 탄생한 용어도 있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뜻하는 ‘3D 직종’을 ‘삼고직종’으로 재해석한 것. 극중 홍심은 돈만 내면 뭐든지 해결해주는 흥신소 ‘해결완방’을 차린 뒤 삼고직종을 “제 손으로 하기 싫어서 돈 주고라도 남한테 시키고 싶은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백일의 낭군님’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tvN
‘백일의 낭군님’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tvN

◇ 촘촘한 스토리 

‘백일의 낭군님’은 방송 전까지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기억을 잃은 남자주인공과 그를 보살피며 사랑을 싹 틔운다는 설정이 남지현의 전작인 MBC ‘쇼핑왕 루이’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죽은 줄만 알았던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점도 ‘해를 품은 달’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었다.

베일을 벗자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권력의 견제로 위기를 겪는 왕세자와 비극적 운명으로 얽힌 여인의 로맨스는 기존 로맨스 사극과 다르지 않지만, 이야기의 주된 공간을 궁 안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송주현 마을로 설정해 차별화를 꾀했다. 여주인공 홍심도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경수와 남지현을 앞세운 달달한 로맨스뿐 아니라 권력을 둘러싼 궐내 정치 에피소드 등을 균형 있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초반부에는 원득과 홍심이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주를 이뤘다면, 후반부에는 기억을 되찾은 원득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궁중 암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와 미스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모두 잡은 ‘백일의 낭군님’이다.

총 16부작으로 편성된 ‘백일의 낭군님’은 종영까지 단 3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제작진은 “남은 3회 동안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휘몰아칠 예정”이라며 “김차언의 악행 속에서도 율과 홍심이 필연적인 사랑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마지막까지 함께 지켜봐달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과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 빈틈없이 촘촘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백일의 낭군님’. 멈추지 않는 신기록 수립 행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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