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25일 유치원 비리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25일 유치원 비리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와 여당이 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공공성 및 투명성 확대를 더 강력하고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치원 및 유치원 단체의 부조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했다. 당정이 전방위적으로 강도 높은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유치원 단체의 반발 등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 사립유치원 개인 설립 원천 차단한다

25일 오전 국회에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당정협의를 가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22년까지 목표로 삼았던 국공립유치원 40% 달성을 조기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계획부터 500학급 확대에서 1,000학급 확대로 2배 늘렸다. 목표인 2,600학급 달성 시점은 1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5% 수준이다.

특히 사립유치원의 신규 설립은 한층 까다로워지는 대신 국공립유치원 신설은 적극 추진된다.

당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유치원 설립자 결격사유를 신설하고, 유치원 원장 자격의 인정 기준 및 시도교육청의 검정 심의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는 개인도 유치원 설립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비영리 법인 또는 학교 법인만 설립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아울러 개인이 운영 중인 기존 사립유치원은 법인화 전환을 유도한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안은 공영형·매입형·장기임대형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된다. 이와 함께 인구가 유입되는 택지지구 등에 대해 공립유치원 설립의무를 확대하고, 유치원을 학교용지법 적용대상에 포함시켜 향후 유치원 용지에는 공립유치원을 신설한다는 원칙을 완성할 방침이다.

당정은 유치원 투명성 강화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2020년부터 모든 유치원에 적용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단계적 적용에 돌입하며,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도 신속 추진된다. 규모가 작은 유치원의 경우 종합 컨설팅을 확대·강화하고 필요시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또한 학부모에게 지원되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교육 목적 외의 사용에 대한 처벌 강화도 추진한다.

학부모들의 유치원 운영 참여 확대도 도모한다. 학부모들이 설립자 및 원장의 유치원 운영을 견제·감시하고, 유치원 운영에 학부모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운영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학급당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비를 확대하는 등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다.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 모인 유치원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사립유치원 비리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 모인 유치원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사립유치원 비리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집단휴원시 공정위 조사… 예비비 투입도 준비

학부모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유치원의 반발 및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을 천명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일방적인 폐원 통보가 발생할 경우 유아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교육청별 위기 상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시 현장지원단을 급파해 정상화를 지원할 것”이라며 “모집정지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해 인근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어린이집까지 활용하는 대책을 준비하고, 공립유치원이 긴급하게 필요할 경우엔 예비비 투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별 유치원의 모집 중지 등에 대해 행정처분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한편, “사립유치원 단체가 개별 유치원에게 집단휴원, 모집정지 등을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법 제26조에 의해 공정위의 조사와 엄중한 제재를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향후 이 같은 부조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재 규정 마련을 서두를 계획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현재 사립유치원 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휴원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돼 학부모님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교육감의 운영 개시 명령권, 명령 불이행 시 학급 정원 감축 등 행정처분, 불이행자에 대한 벌칙 등 제재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립유치원 단체가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실력행사를 하고, 학부모님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아이들의 학습권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선 안 되며 당과 정부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연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연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 한유총 등 반발 예상

대대적인 종합대책을 내놓은 당정은 구체적인 추진 방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유치원 업계의 반발을 비롯해 적잖은 후폭풍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바로 전날인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에듀파인 의무화 추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미 집단휴업을 검토한 바 있어 실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산 마련 및 법 개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야당들도 유치원 관련 대책 마련에 대해 이견이 없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충돌할 여지가 존재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선점하고 주도하는 이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추진 과정에서의 각종 논란도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사립유치원 매입이다. 정부는 유치원 업계의 사유재산 인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폐원 시 정부 매입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사립유치원 매입이 적정한지, 적정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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