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와 여당이 지난 25일 대대적인 사립유치원 비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공공성 강화를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사립유치원 운영 및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하며 국민 정서에 반하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이번에도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초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한 채 충격적이고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유총은 당정의 종합대책 발표가 있기 하루 전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교육 당국에 돌리는데 급급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휴원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매체를 통해 공개된 한유총 내부 회의에서도 집단휴원 등 집단행동이 거론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유총의 이러한 행보는 당정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다. 공공성 강화가 왜 필요한지 한유총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한유총의 움직임이 ‘아이들 교육은 공적인 부문이며,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유총은 꾸준히 ‘사유재산’을 언급하며 정부의 개입이 부당하고, 지나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이들 교육이 누군가의 사유재산과 연결돼선 안 된다’는 인식만 키워주고 있다.

한유총의 인식이 먼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과거엔 유치원이 ‘필수’로 여겨지지 않았다. 유치원을 거치지 않고 곧장 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았다. 유아교육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치원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고, 그만큼 국가 책임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사유재산’이란 주장이 20~30년 전엔 받아들여졌을 수 있어도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유재산’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사는 일이다.

사실, 당정이 발표한 내용에서 ‘무리’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다. 정부의 혈세가 대거 투입되고,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당장 영업을 중단하라는 것도 아니고, 무료봉사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를 수용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의혹과 불신만 키운다.

한유총이 계속해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더 나아가 각종 집단행동까지 벌인다면 더욱 설 땅이 좁아질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이제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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