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 넉 달 만에 나온 ‘첫 구속자’다.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만큼 임 전 차장의 구속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최종 지시자’가 임 전 차장의 직속상관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 3차 국민대회에서 김명환(앞줄 오른쪽 일곱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양승태 구속’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최종 지시자’가 임 전 차장의 직속상관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 3차 국민대회에서 김명환(앞줄 오른쪽 일곱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양승태 구속’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박태진 기자]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사법농단 사건을 규명할 ‘키맨’으로 지목해 왔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실무 행정을 총괄한데다, 각종 사법농단 행위 개입을 독단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적은 만큼 ‘최종 지시자’를 분명히 할 수 있는 핵심인물로 보고 있다.

결국 임 전 차장은 사법부 윗선과 연결된 핵심고리로, 그에 대한 구속은 이를 기획·지시한 ‘윗선’에 대한 수사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재판개입 등 사법농단 행위, ‘최종 지시자’ 누구?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다음해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연이어 지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인사와 예산, 사법제도 전반을 관장하는 곳으로, ‘사법권력의 심장부’라 불린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지난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통합진보당 소송 등 법원행정처의 각종 사법농단 행위에 개입하는 등 실무 차원에서 총괄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무자였던 임 전 차장이 모든 것을 독단으로 진행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시 말해, ‘윗선’의 지시나 승인 없이는 이 같은 일이 추진됐을 리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최종 지시자’가 임 전 차장의 직속상관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이 지난 23일 청구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차한성·박병대·고영한 3명의 전직 대법관이 거의 모든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심은 임 전 차장의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전 대법관들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윗선과 연결고리를 추궁하면서 전직 대법관들의 소환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해서 연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사법농단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5부 능선을 넘었다”며 “금년 내에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임 전 차장이 그동안 양 전 대법원장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 왔던 만큼 구속 이후 어떤 변화를 보일지가 수사 속도의 관건이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27일 입장을 내고 “증거인멸 염려가 전혀 없음에도 구속한 것은 의외”라면서 “부당한 구속인 만큼, 검찰수사에 일체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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