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국회는 29일 대부분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마무리하고 11월부터 정기국회 체제로 전환한다. 여야는 당장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해야하지만, 국정감사 기간 제기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과 판문점선언 비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치 정국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례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회동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이다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회동을 종료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만나자마자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의 특별재판부 요구에 동참한 것을 두고 “야권 공조를 열심히 해야지 저쪽(민주당) 가서 하나도 좋은 것 없다”고 했고, 김관영 원내대표는 “나도 여당과 껄끄럽다”고 답했다.
홍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제가 원내대표 된 이래로 야당을 존중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나가겠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보면 국회가 넘어선 안 될 금도를 넘어서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난하는, 국회의 품격까지 의심하게 하는 여러 공방전이 있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과거 정당사를 보면 야당 발언에 대해 국격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과거 민주당이 야당시절에 비판한 내용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대국민발표를 하겠다”고 응수했다.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문 의장은 “여기서는 점잖게 참고 안에 들어가서 싸우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여야는 국감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굵직한 현안을 중심으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한국당과 의견을 같이 하고,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는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애당초 특별재판부는 국회에서 정치적 딜(거래)을 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특별재판부-국정조사 ‘빅딜’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기존 법원의 재판에 승복하지 못하고 국회와 정치권, 그리고 ‘코드인사’인 김명수 대법원장 주도로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특별재판부 도입에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당장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물론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 조명래 환경부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 등도 시급하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마감 시한은 29일까지다. 여야가 이날까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재차 여야에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재송부 요청에도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11월 예산안 심사 기간은 매년마다 여야 대치 국면이 심화되는 때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심사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15조~25원 세수가 과소 추계된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번에는 적정예산을 편성했다”며 “경기가 나쁠 땐 확장 예산을 편성해야 되는데 470조 5,000억원 규모의 이번 예산이 잘 통과되도록 상임위서 만전을 기해달라”고 원안 사수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송곳 심사’를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세금중독 예산’ ‘밑빠진 독에 물붓기 예산’ 등으로 규정하고 대폭 삭감을 예고한 상태다.
국회는 1일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부별심사-소위원회-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내년도 예산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