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소속 업체 대표들이 지난 5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그룹의 갑질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소속 업체 대표들이 지난 5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그룹의 갑질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롯데지주가 발표한 공식 입장이다. 롯데 측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롯데 측은 조만간 공정위로부터도 갑질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국회에서는 각 롯데 계열사로부터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증언대회가 열렸다. 여파는 국정감사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약속’으로까지 이어졌다. 사회적 책임을 ‘약속’했던 롯데가 각종 갑질 논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일본 롯데, 한국 롯데 왜 다른가”.. 피해자 울분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롯데갑질피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8월 ‘대기업 갑질 피해 증언대회’를 개최했던 추혜선 정의당 의원(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이 마련한 이 자리는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성토의 장이됐다.

이날 발표된 피해 사례는 ▲롯데건설의 공사대금 미지급 ▲롯데상사의 회사 매입 약속 불이행 ▲롯데슈퍼의 수수료 편취 ▲롯데백화점의 판매대금 편취 및 계약만료 전 강제 철수 ▲롯데쇼핑몰 수원역점 임대차계약 불이행 등이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8월 말에 열린 ‘대기업 갑질 증언대회’와 달리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해 개별 사례들에 대한 발표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만 피해자들을 대표에 모두 발언에 나선 김영미 롯데피해자연합회 회장은 “지금까지 피해업체들은 롯데의 갑질을 홀로 견뎌내야 했다”면서 “롯데피해자연합회 회원사의 총 피해금액은 490억원에 이르며, 회원사에 근무했던 직원들과 농민들, 또 그 가족들 모두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일본에서 대부분 사회활동을 했고, 2004년 롯데상사로부터 사업제안을 받고 충남 당진에 쌀 도정 공장을 짓고 벼를 수배했지만, 이것이 향후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면서 “일본에서 대기업 갑질이라는 것은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일본 롯데 역시 좋은 이미지의 기업이었다. 일본의 롯데와 한국은 롯데는 왜 다른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간담회 역시 지난 8월 ‘대기업 갑질 증언대회’와 마찬가지로 공정위에 대한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최근 5년간 하도급 분쟁으로 공정위에 신고 된 대기업 사례는 463건이라는데, 이중 시정 초지를 받은 것은 5건에 불과하다”면서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등 강력한 제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래서 공정위가 ‘갑질양성소’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롯데 계열사들의 갑질을 주장한 업체 대표들은 이날 김상조 위원장에게 대기업 갑질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피해자들의 구제 대책도 함께 촉구했다.

◇ 신동빈 회장 나오자마자 국감 불려간 롯데

이틀 후인 지난 25일에는 롯데건설이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롯데건설이 2차 하청업체를 이용해 1차 하청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공정위 조사를 속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것. 김 위원장은 이날 “반드시 다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대기업의 하도급 갑질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대기업의 하도급 갑질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제기한 롯데건설의 갑질 의혹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추 의원은 “롯데건설은 2010년 1차 하청업체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공정위에 신고하자, 1차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에게 ‘1차 하청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신고하라고 회유했다”면서 “지시에 따라 1차 하청업체를 신고했던 2차 하청업체는 롯데의 하청업체가 됐지만, 결국 똑같은 갑질 피해로 폐업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롯데는 하청 또는 입점 업체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면 ‘다음엔 단가를 올려주겠다’거나 ‘다른 매장에도 입점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어기는 사례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 공정위에 제소를 하거나 집회를 열면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고, 일부 피해자에게는 “보상을 해주려고 했는데 갑질증언대회에 나가니 철회하겠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롯데건설 사장은 “어떤 협박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 갑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합법적인 방법과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개선하거나 지원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것을 벗어난 것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해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다만 김 위원장은 “관련 녹취록이 있다”는 추 의원의 발언에 “자료를 주면 해당 내용을 반드시 다 확인하겠다”고 밝혀, 향후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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