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3년 연속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3년 연속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해외건설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맹렬하게 수주 낭보를 전해오던 건설사들이 점차 기력을 잃어가면서 3년 연속 300억 달러 달성에 고배를 마실 전망이다. 

◇ 1분기 반짝 호황, 중동 부진에 제자리걸음

해외건설이 또 한 번 300억 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할 모양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31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달성한 올 한해 누적 실적은 총 227억 달러로 전년 동기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대로 라면 올해 해외건설의 최종 스코어는 290억 달러 언저리에 머물 것으로 점쳐진다.

희망 가득한 무술년의 새해 기운과 함께 잠시나마 장밋빛 전망에 부푼 해외건설이었다. 신년 초반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계약금이 성사되면서 3년 만에 300억 달러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확히 2분기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4월에 들어서자 누계 실적이 전년에 빠르게 따라잡히기 시작했다. 1분기 내내 2~3배의 격차를 보이며 여유롭게 앞서가던 해외건설은 결국 4월 13일을 기점으로 106억 달러 동률을 이뤘다. 이로부터 지난 6개월 내내 비등비등한 차이를 보여 온 해외건설은 기해년 새해를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도 분위기 반전에 실패하고 있다.

◇ 수주 가뭄 속 삼성 건설형제 독야청청

전통의 텃밭이었던 중동에서의 활약이 미진한 탓이 컸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해외시장이 포함된 중동 지역 누적 수주금액(85억 달러)은 1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사이 아시아가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오고 있다. 동남아시아가 급부상한 덕에 지난해 이 지역 수주 누계는 12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아시아의 호실적을 중동이 갉아먹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서도 독야청청하는 건설사도 있다. 삼성그룹의 양대 건설사인 삼성ENG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해외건설 전체 누계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 태국에서 6억 달러 규모의 ‘올리펜 프로젝트’를 따내며 쾌조의 스타를 끊은 삼성ENG는 베트남의 ‘롱손 폴리올레핀 패키지 B&C 프로젝트’, UAE에서의 ‘타크리어 폐열회수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이미 59억 달러의 누적계약을 체결하면서 지난 2012년 이후 최대실적을 확정지었다.

형제기업인 삼성물산도 지난해 부진을 완전히 떨쳐낸 모양새다. 작년 이맘 때 10억 달러에도 못 미쳤던 삼성물산의 누적 수주액은 35억 달러로 원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외에도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주실적을 기록한 대우건설을 포함해 롯데건설, 쌍용건설 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