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판도라의 상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이 떠올랐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이 떠올랐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두고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인적쇄신과 당 정체성 재정립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이 당내 갈등 최대 화약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정리해야 인적쇄신과 당 정체성 재정립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는 게 ‘의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과 관련해 “탄핵에 관한 입장이나 (탄핵과 관련한) 내부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 당이 (제대로) 되겠나. 언젠가는 (국민 앞에) 정리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산하 ‘좌표와 가치 재정립을 위한 소위원회’ 위원장인 홍성걸 국민대 교수 역시 지난 8일 활동 결과 발표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문제가 한국당이 열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소위 활동결과 발표 직후 ‘박 전 대통령 등 보수 정권 때 있었던 일을 모두 반성한다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포함된다. (보수정치가) 국민에게 외면 받았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 "탄핵 백서 만들자"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론이 또 다시 당내 계파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친박계(친 박근혜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후 탈당했다가 ‘돌아온’ 복당파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일부 비박계(비 박근혜계) 의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31일, 연석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과 관련해 “탄핵에 대한 확실하고 분명한 우리의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며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당을 저주하고, 당에다 침 뱉고,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의원도 같은 날 ‘보수대통합’에 대해 언급하며 “집을 뛰쳐나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수대통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탈당한 뒤 한국당에 다시 돌아온 복당파를 겨냥한 말이다.

반면, 정진석 의원은 복당파를 저격하는 주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고,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홍 의원이 ‘탄핵 백서 제작’을 주장한 데 대해 “지금 이 시점에서 바람직한 일인지 저는 회의적”이라며 “탄핵 문제를 끄집어 내 (당내) 갈등하는 것을 국민들이 바랄까”라고 했다.

결국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두고 공개 갈등이 불거진 데 대해 수습에 나섰다. 그는 “탄핵은 언젠가는 우리가 정리하고 가야할 부분”이라면서도 “지금이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으로 당내 갈등이 다시 재현되는 데 대해 우려한 부분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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