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 이사장이 기관 쇄신 작업이 임직원들의 잇단 비위 행위 적발에 흔들리고 있다. /뉴시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 이사장의 기관 쇄신 작업이 임직원들의 잇단 비위 행위 적발에 흔들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외교부 산하 대외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구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희롱 사건이 연달아 불거져 뭇매를 맞은 가운데 최근에는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의 갑질 사건도 뒤늦게 알려졌다. 코이카는 지난해 이미경 이사장이 취임한 후 기관 신뢰 회복에 고삐를 조여왔다. 하지만 직원들의 잇단 비위 행위 적발로 이 이사장의 쇄신 작업에도 찬물이 끼얹어진 모양새다.

◇ 매년 늘어나는 직원들의 성희롱 사건 

코이카는 대한민국의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출연기관이다. 봉사단을 파견하고 현지 정부와 협력하는 등 개발도상국을 돕는다. 기관 특성상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직원들 역시 높은 도덕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직원들의 불미스런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며 기관 신뢰도에 금이 간 상태다. 

특히 지난해 드러난 성희롱 사건이 뼈아팠다. 외교부는 지난해 8월 코이카 전직 고위 간부 A씨를 재임 중 준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3월 봉사단 신규 파견을 위한 현장 점검차 코스타리카를 방문해 회식하던 중 여성 인턴 B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코이카 측은 당시 사건을 인지하고도 외교부 보고나 고발 조치 없이 A씨를 의원면직시켰다가 은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중동 지역 사무소장이 현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담긴 탄원서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알려져 빈축을 샀다. 
 
조직 내 성희롱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 코이카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최근 3년(2016-2018) 직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징계 29건 가운데 4건(13.8%)이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였다. 성범죄로 징계받은 직원이 2016년에는 없었지만, 2017년 1명, 2018 3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또 올해 총 6건의 직원 징계건 중 절반인 3건이 성범죄 관련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코이카 소속 해외봉사단의 성범죄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성범죄 문제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해외봉사단원은 2016년 1명, 2017년 4명, 올해는 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성범죄로 징계받은 13명의 직원·봉사단 중 5명은 해외에서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1월 말 취임한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성평등’을 강조하며 내부 성범죄 근절에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미투·위드유 센터를 개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성범죄 사건이 연달아 드러나 이같은 의지가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코이카 관계자는 “대부분의 적발 건은 이미경 이사장의 취임 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미투·위드유 센터를 개편하는 등 내부 감시를 강화하면서 올해 많이 적발됐던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 상사 폭언에 병든 해외 직원들… 코이카, 뒷북감사 빈축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코이카에선 최근 들어 직원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거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고성·폭언 등 소위 ‘갑질’에 따른 징계도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건과 3건이 적발됐다. 

특히 최근에는 몽골 사무소에서 있었던 갑질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몽골 사무소 현지 소장은 수년간 직원들에게 고성과 욕설을 내뱉는 등 횡포를 부린 사실이 적발돼 지난 7월 징계 조치를 받았다. MBC가 입수해 보도한 내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소장 C씨는 고성을 지르고 수첩을 던지거나 책상을 발로 차는 등 폭압적인 행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다수의 현지 직원들이 스트레스성 질병을 앓아왔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한 직원이 2016년 몽골 현지를 찾은 복무 점검팀과 상담을 했지만 적절한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다른 직원이 귀국해 경영실장과 면담을 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결국 작년 6월 한 직원이 도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직원은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했다.

코이카의 감사는 올해서야 뒤늦게야 이뤄졌다. 지난 7월 문제의 소장은 감봉 3개월의 경징계과 8년간 승진이 불가능한 보직 해임 조치를 받았다. 

코이카 측은 뒤늦게 후속조치가 이뤄진 것에 대해 “2016년 정기 복무점검을 실시했을 때,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상담에서는 직원이 업무 애로사항을 토로한 정도였다”며 “이에 추가로 어려움이 있으면 말해달라 정도로 대처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5월 현지 사무소 직원 명의로 구체적인 내용의 갑질 신고가 접수돼 감사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선 “올해 갑질신고 센터를 신설했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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