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오른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친박의원들을 향해 "비대위원장을 시험하려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 뉴시스
김병준(오른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친박의원들을 향해 "비대위원장을 시험하려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자유한국당의 '보수대통합'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모처럼 한숨 돌리게 됐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두고 내홍 조짐을 보이는 반면, 바른미래당은 당내 보수인사들의 탈당론이 일단 수습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의 이념 정체성 문제를 비롯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등 난제들이 남아있어, 한국당이 현재의 내홍을 어떤 방향으로 수습하느냐에 따라 탈당 기류가 재발할 여지는 남았다는 분석이다.
 
◇ 김병준 "시험하려 들지 말라"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비대위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은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다"며 "단호히 이야기한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시험하려고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날 정우택·홍문종 등 친박 의원들이 비대위와 복당파(비박계)를 정면 비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정 의원은 "집을 뛰쳐나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수대통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고, 홍 의원은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당을 저주하고, 당에다 침 뱉고,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탄핵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비박계를 압박하는 발언도 나왔다. 신상진 의원은 "보수재건에 중요한 이 가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비대위는 하루빨리 전당대회 준비나 마치고 활동 종결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비대위를 겨냥했다.
 
탄핵 문제는 한국당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복당파와 바른미래당에 있는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당시 탄핵에 찬성했는데, 친박에서 이들의 반성을 요구한 것은 보수대통합 전후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탄핵은 언젠가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친박 중심으로 통합 이슈와 맞물린 인적쇄신 방향을 놓고 '비대위 흔들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뉴시스

◇ 손학규 "한국당, 사분오열… 수구보수로 남을 것"

한국당의 보수대통합에 흔들렸던 바른미래당은 오히려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당초 일부 바른정당 출신 원외 인사들은 통합전당대회 얘기가 나오자 위원장 신청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 김병준 위원장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있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한국당의 인적쇄신 정도에 따라 탈당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거취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이에 손학규 대표가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수구·보수로 가라"는 강수를 두면서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탈당설의 중심에 있던 유승민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그리고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한국당 합류설이 제기된 이언주 의원도 지역위원장 1차 공모에 모두 응하면서 '탈당설'은 일단 정리된 듯하다. 오신환 사무총장은 예상 외로 높은 응모율에 "상당히 의외였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손 대표는 1일 의원총회에서 "지역위원장 공모가 저조할까 걱정했는데 전국적으로 159명이 응모했고, 현역 지역구·비례 국회의원 전원 응모했다"라며 "바른미래당은 국민의 기대가 크고 스스로 자부심이 높은 만큼 힘차게 우리나라 정치개혁을 위해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논할 자격이나 있나, 지금 한국당 자체가 사분오열되었다"라며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은 저쪽 오른쪽 맨 끝에 조그맣게 극우 냉전보수, 수구보수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당내 분열 및 보수통합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다만 아직 당 내적으로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특별재판부 문제를 놓고 갈등 요소가 남아있다.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를 놓고 이언주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입법부가 사법부에 관여하는 것을 끝까지 자제하는 게 맞다. 사법부의 자정을 끝까지 기다려주는 게 맞다"라며 지도부와 반대되는 입장을 펼쳤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도도 관건이다. 한국당이 TK(대구·경북)와 보수층의 결집을 통해 회복세를 보인 반면, 바른미래당은 여전히 6%대에 머무르고 있다. 유승민 의원 등이 '개혁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보수층이 끝까지 바른미래당을 외면하는 상황이 달가울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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