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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안산다
[나 혼자 안 산다④] 사회주택의 성공조건 셋
2018. 11. 02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2015년부터 시행된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 3대 모델. /서울시 사회주택 포럼 자료집
2015년부터 시행된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 3대 모델. /서울시 사회주택 포럼 자료집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사회주택’이 처음 구체화된 것은 2015년으로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사회적 경제주체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라는 원론 외에 구체적인 사업모델이나 개념정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발아기’에 접어들었으며 다양한 실험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국제적으로 사회주택(social housing)의 개념은 공공 혹은 비영리 기구가 공급·임대하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하고 운영하는 형태의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사회주택’이라 함은 공공의 보조를 받아 민간이 공급·운영하는 임대주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공익법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중소기업 등 ‘사회적 경제주체’가 맡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민간임대주택과 차이가 있다.

◇ 공공임대주택 한계 보완할 '시민 자발적' 제도

사회주택의 필요성은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보완’에 있다. 공공임대주택 제도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확실한 지원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입주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고 법적 요건에 따라 엄격히 집행돼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1인 가구부터 4인 가족까지 다양한 주거형태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렇다고 민간에만 맡겨두기에는 취약계층 보호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사회주택 사업은 크게 ▲토지임대부 ▲리모델링형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시에서 토지를 매입해 30년 이상 운영권을 보장하고 사업자가 건물을 신축해 운영하는 형태가 토지임대부다. 리모델링형은 서울시가 주택 또는 비주택의 리모델링 비용을 70~80% 보조하고, 사업자가 운영하는 형태다. 앞서 소개한 ‘셰어어스’가 리모델링형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6월 기준 72사업지에서 임대주택 803호를 주변시세의 80%의 임대료로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사회주택리츠를 활용한 ‘매입 후 리모델링’ ‘노후 다가구 주택 재건축’ 등 다양한 모델이 실험 중이다.

사회주택의 특징 중 주목해야할 것은 ‘아래로부터의 제도’라는 점이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고안된 정책이 아닌, 사업자들과 세입자들의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서울시가 제도로서 받아들인 것이다. 진남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사회주택 연구용역을 맡으면서도 이게 설마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의문이었다”며 “민달팽이유니온 같은 젊은 친구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으로 부딪쳐가면서 현실로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 법제화·공공성·공동체 3대 성공조건

이상영 명지대 교수 사회로 이상훈 서울시의원을 비롯해 국토부, 서울시, 서울주택공사, 한국사회주택협회 등 관계자가 사회주택 활성화 제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시사위크
이상영 명지대 교수 사회로 이상훈 서울시의원을 비롯해 국토부, 서울시, 서울주택공사, 한국사회주택협회 등 관계자가 사회주택 활성화 제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시사위크

사회주택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의회에서 개최된 ‘서울시 사회주택 공급활성화를 위한 포럼’에는 관계자들과 사업자,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여느 포럼과 달리 3시간 동안 이어진 발제와 토론 동안 이석하는 참가자들은 많지 않았다. 김종식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에 따르면, 사회주택의 가능성을 확인한 박원순 시장이 ‘혁명적 공급’을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주택이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벽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첫 과제로 ‘법제화’를 꼽았다. 현행 사회주택에 관한 법률은 없으며, 서울시와 경기도 시흥시, 경남 진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시행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이나 ‘사회주택 특별법’ 전부개정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사회주택 개념정립과 인식확대, 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임대료 체계 개선에 대한 폭넓은 논의도 필요하다. 관련법이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사위에서 막혀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는 커뮤니티 기능의 강화다.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나 민간임대주택과 차별화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주택이란 본질적으로 공공, 사회, 민간의 협력사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 사업자와 입주자, 지역주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주택 내 커뮤니티 프로그램 강화, 나아가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한 지역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서울시 차원에서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민간의 ‘공공역량’ 강화다. 그간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은 공공이 전담해왔기 때문에 민간의 역량은 부족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사회주택 도입 배경이 기본적으로 ‘주거안정’에 있는 만큼, 민간이 공공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립 유치권 사태가 좋은 본보기다. 이는 공급자뿐만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주택 관련 조사를 위해 세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협조를 거부한 곳도 많았다고 하더라. 그러면 안 된다”며 “민간에 대한 지원이 분명해져야 민간의 협력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주택이 공공의 주택정책으로 흡수되기 위해서는 사업지원 시 공공성 충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상훈 서울시 의회 의원도 “본질은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 있다”며 공공성을 중요한 조건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