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돌파구로 규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요구에 문재인 정부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청와대 국무회의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기술과 신산업이 싹도 피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한다”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규제혁신 5법 등 혁신 노력은 일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각 산업군별 ‘손톱 밑 가시’는 무엇인지 점검하고,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살펴보는 연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유통업체들의 성장 동력이자 소비자들의 여가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복합쇼핑몰이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이라는 규제와 맞닥뜨렸다. / 뉴시스
유통업체들의 성장 동력이자 소비자들의 여가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복합쇼핑몰이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이라는 규제와 맞닥뜨렸다.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유통산업발전법과 함께 유통산업의 ‘손톱 밑 가시’로 지목되는 규제 정책은 ‘대규모유통업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인 전자가 대형점포의 영업일이나 시간·신규 출점 등에 중점을 둔 반면,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인 후자는 납품대금 감액이나 정당한 사유 없는 반품과 판촉비 전가 행위 등을 금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쌍끌이’ 규제에 숨통 조이는 복합쇼핑몰 

대규모유통업법은 그 성격상 유통산업발전법과 다르게 과도한 규제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다소 자유로운 편이다. ‘갑질 예방법’이라고 불릴 만큼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두 법이 설정하고 있는 ‘을’이라는 대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형마트의 경쟁 대상인 전통시장을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는 반면,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나 매장 임차인이 부당한 갑질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2012년에 마련됐다. 대형 유통사들의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그럼에도 유통업체 등 일각에서 대규모유통업법에까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국회에서 연내로 복합쇼핑몰에까지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준비 중인 가운데, 해당 업종까지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시키려 하자 과도한 규제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은 연매출 1,000억원이 넘거나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소매업자에만 적용된다. 업종별로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복합쇼핑몰이나 아울렛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는 이들 업종이 소매업자가 아닌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지역 상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복합쇼핑몰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임대업자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에 착수했다.

◇ 상생 노력에도 당근 아닌 채찍만… 업계 한숨 

복합쇼핑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정부 의지는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스타필드, 롯데몰 등 쇼핑몰과 아울렛도 규제를 받도록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영업활동 제한과 출점 포화로 정체에 빠진 대형마트를 대신해 복합쇼핑몰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는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점 업체의 영업시간을 조율하거나 판촉 활동을 진행하는데 있어 자칫 갑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만한 일이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자사 노브랜드 전문 매장(상생스토어)을 통해 전국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6년 충남 당진어시장에 문을 연 1호점은 어느새 구미, 안성, 여주, 서울에 이어 대구에까지 들어섰다. 롯데마트는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전국 60여개 전통시장과 함께 가을축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다양한 요구가 제기되는 건 그만큼 유통이 소비자와의 접점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라면서 “계속해 들려오는 규제 정책에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를 표출하기란 기업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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