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초 구글과 현금영수증 발행 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 뉴시스
국세청이 올해 초 구글과 현금영수증 발행 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구글의 앱마켓(구글 플레이)이 문제점을 다소 보완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게임사들의 현금영수증 발급을 위해 고객 결제정보 공유에 나선 것. 다만 발급절차가 까다로운데다가 다수 업체들은 결제정보를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 중이다.

◇ 국세청 “연초 구글과 ‘결제정보 공유’ 협의”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인 구글 기프트카드는 앱마켓 ‘구글 플레이’에 등록 후 사용 가능한 일종의 상품권이다. 선물용 또는 신용·직불카드가 없는 이들이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기프트카드는 신용·체크카드 또는 현금(편의점 등에선 현금만)으로 구매 가능하지만, 현금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 탓에 현금으로 구매 시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 된다. 또 신용카드로 구매한다 해도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기프트카드로 상품을 구매 시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는 원스토어 및 문화상품권 등 다른 기프트카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문제는 구글 기프트카드로 콘텐츠를 사거나 게임 내에서 ‘인앱결제’를 할 경우,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길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현행법 상 게임 등 콘텐츠 상품은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대상은 아니지만, 고객이 요청할 경우 판매자는 ‘현금영수증’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작년 논란이 불거진 당시 구글 측의 입장은 ‘최종적으로 콘텐츠를 판매한 게임사가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를 갖는다. 게임사에 문의하라’는 것이었다. 반면, 게임사들은 ‘구글이 결제정보를 넘겨주지 않아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못 한다’고 반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게임 인앱 결제 건으로 저희 쪽에 (현금영수증 발행에 대한) 이의제기와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며 “연초 (구글기프트카드 발행 및 구글플레이 결제대행사인) 구글 페이먼트 코리아와 협의한 결과 게임사에 결제정보를 제공키로 했다”고 말했다.

몇몇 게임업체 관계자들도 “구글로부터 정보를 건네받아 현금영수증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발행처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기프트카드로 충전한 금액으로 구매한 게임. /시사위크
구글 기프트카드로 충전한 금액으로 구매한 게임 영수증. /시사위크

◇ ‘현금영수증 발행’에 베트남어까지?

그러나 구글이 직접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고객이 게임사에 직접 현금영수증을 요청해야 하는 만큼, 발행절차가 다소 까다롭다. 일부 게임사는 별도의 현금영수증 발급페이지를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조차도 자신의 결제정보를 별도로 전송해야 한다. 국내 대형 쇼핑몰, 또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등에선 결제단계에 폰 번호 하나만 입력해도 자동 발급되는 것과 대비된다.

또 해외 게임사의 콘텐츠를 구매한 경우 사실상 현금영수증의 요청이 불가능했다. 실제 테스트를 위해 기자가 구글 기프트카드로 구매한 게임은 ‘인기유료게임 4위’에 올라 있는 ‘Shadow of Death: 어둠의 기사’다. 이는 베트남 게임사 ‘Zonmob Game Studio’가 개발한 게임이다. 결제금액은 세금 109원 포함 총 1,200원이다.

하지만 구글플레이 고객센터에선 ‘현금영수증 요구’에 “구글 정책 상 고객이 게임사에 직접 요청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작사가 베트남 업체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재차 질문했지만, ‘어쩔 수 없다. 안내돼 있는 이메일 등을 통해 요청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그나마 국내 게임사들의 연락처는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영세 게임사에선 ‘당연히 구글이 (현금영수증을) 해 주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고, 대형 게임사를 제외한 다수 게임사들은 “현금영수증 관련 정보를 구글에게 요구했지만,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제액이 큰 대형 게임사 위주로 구글이 결제정보를 주는 것 같다”며 “우리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결제내용을 공유 받지 못해 현금영수증을 요청해도 처리해주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구글은 “올해 초 안내 한 대로 개발사들은 플레이 콘솔을 통해 잔액차감 보고서를 확인한 뒤 현금 영수증 발행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국세청 “강제수단 아냐”… 게임업계, “독과점 폐단”

정부는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오픈마켓 사업자 명의로 (현금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며 “구글은 더구나 해외 사업자인데다가, (현금영수증 발행 대행 또는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안 했을 때 제재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여타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현금영수증 발급대행은 판매자 유치를 위한 편의성 제공이지, 의무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구글의 플랫폼 장악에 따른 폐해’로 해석하기도 한다. 국내외 앱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서비스 질을 떨어뜨려도 개발자와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30%나 받으며 그런 (현금영수증 결제대행)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대형 게임사들은 그나마 환경이 낫지만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각자 (현금영수증 발급 같은) 잡무를 처리하기 힘들다. 구글에 대항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구글 측은 ‘현금영수증 발급대행’을 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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