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 청와대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 청와대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6일 국회 운영위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는 사실상 ‘임종석 DMZ 방문’ 청문회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 현장시찰의 부적절함을 물고 늘어지는데 대부분의 오전 질의시간을 할애했다. 야권이 비판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 당사자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발언 기회가 오후 후순위로 밀렸다.

◇ 민생현안 미루고 임종석 공격 올인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청와대의 자료제출 부실을 거론하며 한 차례 기싸움을 벌인 한국당 의원들은 질의가 시작되자 임 실장을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시작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서실장이 되면 대통령 부재 중 청와대를 지키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을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 나오는 구절”이라며 “(대통령 부재시) 비서실장이 정위치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최근 임 실장이 칼둔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난 것도 문제 삼았다. 김 원내대표는 “칼둔은 UAE 왕세제의 최측근이다. 방위산업협력 강화, 회담계획, 양국 발전을 논의했을 것이다. 10월 29일에는 미 국무부 비건 특별대표도 만나지 않았느냐”며 “칼둔도 그렇고 비건도 그렇고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등을 다 제쳐두고 임종석만 찾는다. 그만큼 임 실장이 문 대통령 다음가는 권력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에 이어 한국당 의원으로 두 번째 질의에 나선 성일종 의원은 ‘DMZ 현장시찰’을 더 깊게 파고 들었다. 성 의원은 “대통령이 자리에 안 계신 사이에 국방부 장차관이 모두 갔다. 정신 나간 장차관들”이라며 “대통령 출타 중 국방부 장차관과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을 한꺼번에 데리고 가도 되느냐”고 질책했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과 김승희 의원은 임 실장의 DMZ 시찰 동영상에 통문번호가 노출된 것을 두고 군사기밀보호 위반을 지적했다.

◇ “문 대통령 다음 권력자” 발언의 의도

사실 한국당의 공세에 임 실장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있다. 임 실장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해서 다함께 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영상과 사진 등에 비춰지는 장면은 임 실장이 장관들을 대동하고 간 것과 같은 구도였다. 이후 임 실장이 내레이션을 맡은 유해발굴 홍보동영상까지 제작·공개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사안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오전 국정감사의 중점 질의사항이 됐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정책, 남북관계 등 국정감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사안들은 뒤로 밀렸다.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임 실장을 자유한국당에서 의도적인 ‘망신주기’로 견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한국당의 ‘임종석 띄우기’라고 해석했다. 공세를 한 몸에 받으면서 오히려 여론 주목도가 올라간다는 점에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 실장을 ‘2인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내용이지만, ‘정치인 임종석’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 같은 해석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국당 기저에 있었던 선거전략과 무관치 않다.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꾸준히 ‘임종석 지방선거 차출설’이 돌았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 중 ‘친문’ 인사가 없기 때문에 임 실장이 차출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당의 선거 실무자들은 ‘임 실장이 서울시장이 출마할 것을 대비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며 출마설을 부채질 했다. 여권의 한 선거통은 한국당을 차출설의 진원지로 지목하면서 “임 실장을 편한 상대로 생각했을 수 있다”고 의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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