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 등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 뉴시스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 등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재 기자]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가 6일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A씨의 영장심사는 1시간 20분 만에 끝났다.

두 달 넘게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A씨가 시험문제를 유출한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시험지와 정답지를 빼돌렸다는 정황증거 18개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우선 경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는 A씨의 야근이다. 올해 1학기 중간고사 사흘 전과 기말고사 닷새 전에 각각 A씨가 야근을 하면서 시험지 등이 보관된 금고를 열어봤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A씨는 경찰 조사 초반에 금고의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는 “결재되지 않은 시험지를 넣기 위해 금고를 열었고, 당시 동료 교사도 함께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황 증거는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의 ‘오답’이다. 쌍둥이 동생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화학시험 서술형 문제에 ‘10:11’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는 출제 및 편집 과정에서 잘못 결재된 정답이었다. 이 문제의 정답은 시험 이후 정정됐고, 정정 전 오답을 적은 사람은 전교생 중 쌍둥이 동생이 유일했다.

또한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서 영어와 과학, 수학(미적분) 시험 문제의 정답이 적힌 메모와 A씨의 자택에서 영어시험 정답이 적힌 쪽지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A씨는 문제유출 의혹이 불거진 8월 이후 자택 컴퓨터를 돌연 교체하기도 했다.

총 4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던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택과 쌍둥이 딸에게 발견된 메모 등은 공부를 하면서 남긴 메모라며 경찰이 정황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입증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 ‘선처’ 언급에도 ‘억울함’ 호소한 A씨

경찰은 A씨가 구속되면서 쌍둥이 딸들이 심경 변화를 일으켜 혐의를 시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이 워낙 완강해 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A씨 변호인 측은 영장실질심사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조사에 임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면서 “정황적 증거와 여론에 몰려 압박감으로 영장신청까지 이른 것이라 본다”고 경찰의 영장청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의뢰인께도 말했다 자백하시면 아이들은 조사 안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가보겠다.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하고 있다”면서 “그런 심정을 최후진술에서도 말했다”고 밝혔다.

현재 쌍둥이 자매는 A씨의 공범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딸들은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험문제 유출 사건에서 유출 교사나 학부모가 아닌 학생까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때문에 경찰 역시 A씨가 자백을 할 경우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을 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었다. 그러나 A씨와 쌍둥이 자매 모두 혐의를 부인해 결국 경찰은 영장심사까지 청구하게 됐다.

한편 A씨가 구속되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의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관련자 전원을 구속하고 즉각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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