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5 14:06 (목)
[대한민국을 바꾸는 사람들⑦ 김윤영] “빈곤은 인권의 문제, 사회적으로 풀어야”
[대한민국을 바꾸는 사람들⑦ 김윤영] “빈곤은 인권의 문제, 사회적으로 풀어야”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8.11.07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인터뷰

‘세류성해(細流成海).’ 가는 물줄기가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작은 힘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의미와도 맥이 닿아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이를 경험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것은 거대 권력도 아니고 정치적인 어젠다도 아니었다. ‘국민주권’을 위해 행동했던 ‘시민들의 힘’이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대한민국 변화를 이끄는 중심, ‘시민운동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제언을 경청해본다. [편집자주]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서 "세모녀 사건 이후 5년의 시간의 흘렀지만 여전히 사회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적인 개편은 미비히다"고 지적했다./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2014년 2월 26일. 동장군의 기세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던 늦겨울,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반지하집에 살던 60대 노모와 30대 두딸이 생활고를 못 이겨 세상을 등진 비극적인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이들은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이라며 70만원이 든 현금 봉투를 남기고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이른바 ‘송파 세모녀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우리 사회 ‘복지 사각지대’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이 사건 이후, 정부는 부랴부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편에 나섰다. 그해 말에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과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 제정안 등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2월이면 ‘세모녀 사건’이 일어난지 만 5년이 된다.

사정은 나아졌을까. 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김윤영 사무국장은 이 질문에 고개를 저였다. 김 사무국장은 “세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복지제도 개편을 추진해왔지만 아직은 갈길이 매우 멀다”고 말했다. 높은 신청 장벽과 편견으로 기초생활보장복지제도망에서 소외된 절대 빈곤층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국장과 한국의 빈곤과 그 안에 자리잡은 구조적인 문제를 마주해봤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높은 수급 신청 자격 기준이 복지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며 "보편적인 복지 확대와 빈곤율 해소를 위해선 기준이 지금보다 완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진=김경희 기자

- ‘빈곤’이라는 큰 카테고리를 의제로 내세운 시민단체는 다소 낯설다. 빈곤사회연대가 어떻게 출범하게 됐는지 얘기해달라. 
“빈민 당사자들을 후원하는 단체는 많이 있다. 하지만 참여운동의 과제로 빈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단체가 국내서 흔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단체는 2004년 만들어졌다. 단체 출범에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우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는 시기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제도가 도입된 이듬해인 2001년 12월 ‘최저생계비현실화'를 요구하며 최옥란 열사가 명동성당에서 농성투쟁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을 요구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철거민, 노점상, 홈리스 등 도시 빈민의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마주하게 됐다. ’빈곤‘이라는 큰 사회적 카테고리 아래,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상시적인 연대 조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 연대조직 내에는 어떤 단체들이 포함돼 있는지도 궁금하다. 
“40여개의 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철거민, 임차상인, 노점상, 홈리스 등 도시빈민 문제부터 장애인, 인권까지.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가진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회에 속한 단체는 10개 정도다.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활동 방향을 모색하고 저소득층과 도시빈민들의 최소생활소득보장, 주거권 및 생활권을 확보하기 위한 실천적인 운동을 해오고 있다.”

-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을 위한 활동도 중점적으로 해왔다. 이 제도가 어떤 의미인가. 
“IMF 사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회적 현상이 있다. 바로 ‘노동계층의 빈곤화’다. 그러면서 도입된 것이 기초생활보장제도다. 이전까지는 65세 이상 노인이나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등 한정된 계층에게만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주는 제도만이 존재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 대상자가 됐다. 근로 능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가난에 빠질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복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후에도 저소득층의 빈곤율의 문제는 크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까다롭고 높은 수급 신청 기준이 문제다. 지나치게 낮은 재산 기준이나 소득기준, 그리고 부양의무자 자격 기준 등이 대표적인 장벽이다. 복지사각지대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을 완화해야 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제도가 튼튼하게 굴러가면 최소한 가난 때문에 목숨을 끊는 비극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 ‘복지사각지대’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게 ‘송파 세모녀 사건’이다. 세 모녀는 극도의 생활빈곤상태였지만 생활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로 이런 말을 했다. ‘공무원들이 홍보를 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했다’고. 남탓을 했다. 우리의 분석은 달랐다. 현행 제도틀 안에선 신청을 한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세모녀가 같이 살았고, 두 명의 딸이 부채가 심각했다. 신용불량자 상태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딸이 간간히 알바를 했다. 하지만 당시 행정 틀안에선 근로능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홍보를 많이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공무원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사각지대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가 문제가 아니다. 현행 제도 안에선 지원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 당시 사건 이후 다양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른바 ‘세모녀법’이 그해 말 국회에서 통과됐다. 
“큰 실효성은 없다고 봤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초생활보조금 수급신청 기준은 여전히 까다롭고 허들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제도적 실효성을 높이기 어렵다. 소급자에게 갈급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선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대답을 내놓은 게 과제라고 본다.” 

- 세대별로 보면 노인층의 빈곤율 문제가 심각하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층의 빈곤율이 가장 높다. 
“심각하다. 노인빈곤율은 50%에 달한다. 다만 빈곤의 문제를 특정 계층의 이슈로만 좁혀서 생각하면 안된다. 노인 빈곤율 해소에만 주목하다보면, 감춰지는 계층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고독사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 정부가 노인의 가구에 대해선 위기 관리점수에 가중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하지만 사실 고독사는 50대 남성 독거가구에서 최근 크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50대 계층의 빈곤율 문제도 최근 심각해지고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서
OECD 국가 중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노인의 빈곤율이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빈곤을 특정 계층의 이슈로만 국한시켜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사진=김경희 기자

- 도시 빈민의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대규모 개발정책으로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등 도시빈민들은 사회보장망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철거민과 개발자 갈등도 여전하다. 내년 1월이면 용산참사 10주기다. 하지만 여전히 여전히 개발자와 철거민의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용산참사 사건 이후 달라진 점이라면, 동절기 강제철거는 지자체가 막고 있다는 것 정도다. 그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개발 조합은 만들어지고, 이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내쫓는 일들은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과 같은 대단위 개발은 줄어들었지만 철거 현장에서 용역업체가 동원되는 일들은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태도도 달라진 게 없다. 용산참사 때와 같은 비상식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수수방관으로 폭력에 사실상 협조하고 있다.”

-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내몰림 현상) 문제도 심각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의 모든 상권에 없는 곳이 없다. 핵심에는 임대차계약 보증기한이 너무 짧다는 문제가 있다.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무한정의 월세 인상을 요구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점 역시, 문제다. 임대료 폭등과 빠른 상권 이동, 그리고 쉽게 망하는 가게들. 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임대 보증기한의 연장과 임차료 인상의 상한선 설정 등 실질적인 조치가 있지 않으면 바뀌기 힘들 것이다.”

"빈곤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나태함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게 아닌, 사회적인 문제다"라는 게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의 생각이다. /사진=김경희 기자

- 최근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 
“계약기간이 늘어난 것은 좋다. 다만 환산보증금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 계약을 맺은 임차상인들은 법 개정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법 개정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본다.”

- 홈리스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이야기를 해왔다. 
“홈리스라고 굳이 지칭하는 게, 영어쓰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노숙인이라고 하면 거리에 있는 분이라고 협소하게 지칭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홈리스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분들 외에도 고시원, 쪽방과 같은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거주하는 이들을 모두 지칭한다. 그런데 이들을 통합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은 없다. 부랑인 시설에 가면 부랑인, 노숙인 시설에 가면 노숙인, 고시원에 살면, 비주택거주민이다. 사실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 체계는 동일하다. 그리고 이들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 그럼에도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적지 않는데. 특히 노숙인들을 보호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을 놓고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노숙인은 일하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노숙인들 중 많은 분들은 일을 한다. 폐지수집에 나서기도 하고, 새벽에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시는 노숙인들의 모습은 술에 취해 자는 분들 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편견이다. 이들 역시 살기 위해 일을 찾으려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같은 노동이 사람이 살아갈만한 힘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접근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빈곤은 사회적인 문제다. 개인의 게으름, 나태함으로 치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풀어야 한다. 또 빈곤은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인권을 선언하고, 쟁취될 때, 빈곤 문제 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빈곤문제는 발생 원인부터, 현상까지 다양하다. 어떻게하면 평등하게 많은 사람들이 기본권, 그리고 사회보장 시스템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해당 박스는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