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천 전 군국기무사령관이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수사에 대해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사는 중단됐다. / 뉴시스
조현천 전 군국기무사령관이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수사에 대해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사는 중단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군국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수사가 잠정 중단됐다. 문건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현재까지 소재가 불명하다. 사건을 조사해온 군검 합동수사단 측은 “(조현천 전 사령관이) 개인적인 신상 문제가 정리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귀국해 수사를 받겠다는 형식적인 말만할 뿐 귀국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황상으로만 보면 조현천 전 사령관은 귀국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주변에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동아일보의 보도다. 굳이 귀국할 이유도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형제 대부분이 미국에서 살고 있고 부모의 묘소도 미국에 있다. 다만 합수단 측은 “가족들이 도움을 주더라도 미국에 있는 동안 계속 도피 생활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권 무효화는 물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심사가 진행 중이다.

조현천 전 사령관이 언제 체포될지는 모른다. 때문에 합수단은 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수사 중단과 함께 조현천 전 사령관의 기소중지 처분을 밝혔다. 기소중지는 범죄 혐의가 있지만 피의자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끝내지 못할 때 하는 조치다. 합수단 측은 계엄령 문건 사건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 위해선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사령관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가 중단되면서 기무사와 청와대의 공모 의혹에 관한 수사도 연기됐다. 앞서 합수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기 나흘 전(2016년 12월 5일) 조현천 전 사령관이 ‘특이한 루트’를 통해 청와대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포함해 청와대를 방문한 횟수만 다섯 차례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윗선과 공모 여부를 밝히는 것이 다음 순서지만 “이 역시도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사안”이라 조현천 전 사령관의 체포 이후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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