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예방접종인 BCG경피용 백신에서 비소가 검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신생아 예방접종인 BCG경피용 백신에서 비소가 검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결핵 예방을 위해 신생아들에게 접종하는 BCG백신 중 경피용에서 비소가 검출돼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치명적인 독극물로 알려진 비소가 신생아에게 접종됐다는 점에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소가 검출된 것 자체는 문제지만, 검출량 및 인체 유입량은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부모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BCG경피용 백신 비소 검출을 둘러싼 팩트체크를 실시했다.
 

팩트체크 1. 비소, 아기에게 얼마나 들어갔나?

우선, 부모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부터 살펴본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비소가 우리 아이의 몸에 유입됐는지, 또 얼마나 치명적인지 등이다.

먼저, 비소는 익히 알려진 대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비소가 인체에 일정량 이상 유입되면 각종 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래 전부터 독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만, 비소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생물 생활권에서 12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추정될 정도로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며, 각종 화합물 형태로 산업 전반에 쓰이고 있다. 특히 적정량의 비소화합물은 오히려 암이나 백혈병, 성병 등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결국 관건은 ‘양’과 ‘유입 방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BCG경피용 백신은 주사가 아닌 ‘도장형’으로 접종한다. 제품은 백신 균주가 담긴 용제 1병과 생리식염수가 담긴 용제 1병, 그리고 접종용 침 등으로 구성돼있다. 가루 형태의 균주에 생리식염수를 섞어 피부에 바른 뒤 접종용 침으로 도장을 찍듯 꾹 눌러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다.

이 중 비소가 검출된 것은 생리식염수가 담긴 용제다. 애초에 생리식염수부터 0.15㎎(밀리그램)으로 아주 소량이 담겨있고, 여기서 비소는 최대 0.039㎍(마이크로그램)이 검출됐다.

비소는 의약품에 포함돼선 안 되는 물질이다. 다만, 여러 이유로 불가피하게 함유될 경우 그 허용치에 대한 기준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가이드라인에 담겨있다.

이에 따르면, 주사 방식의 비소 1일 최대 허용량은 몸무게 50㎏ 기준 15㎍이다. 신생아 몸무게와에 가까운 5㎏을 기준으로 삼으면 하루 최대 허용치가 1.5㎍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 검출된 비소는 0.039㎍으로, 몸무게 5㎏ 아기 기준 하루 허용치 38분의 1 수준이다.

이것이 전부 인체에 유입되는 것도 아니다. ‘도장형’이다 보니 해당 생리식염수의 일부만 인체에 스며든다.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모두 “비소가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인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체유해성과 관련된 기준치를 넘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대부분의 비소는 소변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BCG경피용 백신에서 검출된 비소는 애초에 극히 소량일 뿐 아니라, 실제 인체에 유입되는 양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의 백신이 생산된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만 회수조치가 내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본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BCG경피용 백신의 유일한 생산국이자,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경피용 백신을 맞고 있다. 회수조치를 내릴 경우, 다른 대체 백신이 없어 BCG 예방접종 자체가 중단되는 사태가 불 보듯 빤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피용 백신도 함께 통용되고 있어 대체가 가능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체유해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출되면 안 되는 물질이 나왔기에 원칙에 따라 회수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대체 백신이 있어 예방접종 공백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점도 고려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일본이 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엔 유일한 BCG경피용 백신 생산국으로서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팩트체크 2. 비소, 어떻게 들어가고 왜 뒤늦게 알았나

그렇다면 비소는 어떻게 백신에 들어가게 된 것이며, 우리 정부는 왜 이를 사전에 파악해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까.

먼저 유입 경로다. 식약처에 따르면, 일본의 BCG경피용 백신 제조업체 JBL은 생리식염수를 담는 유리용기에서 비소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생리식염수를 담은 뒤, 유리용기를 밀봉하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는데, 이때 유리에 남아있던 비소가 유입됐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국내로 들여오는 BCG경피용 백신에 대해 ‘국가 출하승인’을 실시하고 있다. 최초 한 차례 허가 또는 승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들여오는 백신을 매번 검사한다. 살아있는 생물에서 생산되는 백신은 그때그때 품질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첨부용제 관리에 구멍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비소가 검출된 것은 백신의 핵심인 균주가 아닌, 이를 접종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첨부용제 생리식염수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백신 균주에 대해서만 검토를 실시했고, 첨부용제는 검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본 후생성이 지난 2일 비소 검출을 발표한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백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부수적인 첨부용제의 경우 관리가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첨부용제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JBL은 문제의 유리용기를 변경한 뒤 이달 중순쯤부터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국내에 다시 BCG경피용 백신이 들어오는 시점은 그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수요를 먼저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BCG경피용 백신이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에도 경피용과 내피용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파문으로 인해 굳이 더 많은 돈을 내고 경피용을 선택하는 부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꾸준히 제기돼왔던 BCG경피용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포함 요구도 당분간 힘을 얻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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