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구성된 자문단이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원전해체기술의 개발,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제출했다. 사진은 조기폐쇄가 결정된 월성원전 1호기의 모습. /뉴시스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구성된 자문단이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원전해체기술의 개발,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제출했다. 사진은 조기폐쇄가 결정된 월성원전 1호기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7일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대한민국 에너지비전 2040’ 보고서를 공개했다. 에너지전문가 70여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을 위해 작성한 권고안이다. 구체적으로는 2040년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기존 40%에서 25~40%로 유연화하고, 우수한 기술을 갖춘 태양광 중소기업을 육성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풍력에너지의 경우 풍력설비 단지를 조성하고 국산부품 비율을 높이는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반면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발전소 폐지가 쉬운 화석에너지에 비해 원자력 에너지의 비중을 줄이려면 원전해체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에너지 전환이 전기요금의 인상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금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원전’보다 ‘원전해체’에 무게

이번 보고서는 원자력에너지 감축목표에 대해선 특별한 계획서를 내놓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 말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해당 계획은 현재 19.3% 수준인 원자력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11.7%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워킹그룹은 대신 현재 가동되고 있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원전해체기술 개발을 위해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는데 예산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에 따르면 2030~2049년 세계 원전해체시장의 규모는 총 185조원(연평균 9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해체시장이 이처럼 고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원전 해체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상업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원전 해체는 크게 세 분야로 나눠진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해체시설 설계 및 관리, 제염·철거가 그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원전해체에 필요한 38개 핵심기술 중 17개를 확보하는데 그친 상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에서 원천기술 및 상용화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중인데, 원전해체연구소가 설립되면 관련 R&D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 대신 선택형 전기요금제 확대

전기요금체계의 개편이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과 독점적 공급구조가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서비스 창출 및 효율적인 소비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의 전기가격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천연가스 대비 산업용 전기의 가격은 미국이 4.73배, 독일이 4.78배인 반면 한국은 2.03배에 불과하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MWh 기준 109.1달러로 OECD 평균(156.9달러)의 70% 수준이다. 이는 지난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진 이유다. 낮은 과세율과 공급비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가격체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고서가 제시한 새 전기요금체계에 따르면 현재 용도 기준으로 설계된 가격체계는 공급원가 반영이 쉬운 전압 기준으로 바뀐다. 주택용·농사용 전력의 경우 별도의 가격체계를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요금수준을 조정하고 할인특례제도를 축소·폐지할 계획이다. 대신 선택적 요금제의 확대를 통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높아질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줄일 것이 권고됐다. 일례로 저압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계절별 요금제와 계시별 요금제(계절·시간) 중 더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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