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소방의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총리가 소방의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후임자로는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고, 청와대 정책실장은 김수현 현 사회수석이 승진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겠다’는 게 청와대가 설명한 인사배경이다.

◇ 경제부총리·정책실장 등 이낙연 총리가 천거

두드러진 특징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영향력 확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지난 1년 6개월 간 호흡을 맞춰왔다. 또한 이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주례회동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홍 부총리 내정에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내정자 인선에도 이 총리의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포용국가’라는 통일된 메시지를 강조한 것도 유심히 봐야할 대목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포용국가’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기존 3축 경제정책에 ‘포용국가론’이라는 사회학적 이론을 더한 상위의 개념이다. ‘소득주도성장=장하성’ ‘혁신성장=김동연’ 등으로 분산됐던 것을 홍 내정자의 ‘포용국가 원톱’ 체제로 재편하고 이 총리의 조율을 받는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인사브리핑에 나선 윤영찬 수석은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포용국가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 내정자는 경제정책을 지휘하는 사령탑으로서 특유의 추진력으로 포용국가 동력을 확실히 만들 분”이라고 소개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 김수현 정책실장 내정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내정자, 김연명 사회수석 내정자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 김수현 정책실장 내정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내정자, 김연명 사회수석 내정자

◇ ‘흙수저 신화’ 김동연 경질이 불러올 파장

다만 김 부총리 교체시점이 다소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2월 2일까지 예정된 국회 예산안 심의기간 중 정부 측 핵심관계자인 경제부총리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안상수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라며 “중요한 시점에서 경제부총리 교체는 국회를 들러리로 만들고 청와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정부의 ‘경제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교체를 하더라도 동시교체가 아닌 장하성 실장을 먼저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나아가 바른미래당은 교체를 하더라도 후임 인사로 홍남기 실장과 김수현 수석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 앞으로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야권의 요구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 부총리의 경질을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김 부총리는 서울대 출신 엘리트가 즐비한 기획재정부 내에서 ‘흙수저 비엘리트’로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우측 날개’를 맡아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정책에 제동을 거는 악역을 담당했다. 보수적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는 계층에서는 야권 보다 김 부총리의 메시지를 더 기대했던 측면도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대기업 등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김 부총리에 대해 그간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심재철 의원의 ‘예산자료 유출’ 사건을 제외하면, 자유한국당이 김 부총리와 크게 각을 세웠던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정진석 의원은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김 부총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김 부총리의 경질이 보수유권자의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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