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상관관계 커”… 금리인상 신호?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은 가계부채의 증가세와 큰 상관관계를 보인다. /뉴시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은 가계부채의 증가세와 큰 상관관계를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은행이 8일 국회에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할 변수들로 실물경제와 외환시장 등을 분석한 한편, 한국은행이 최근 연달아 강조해 온 ‘금융불안정’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게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 안정을 해치는 제1요소인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막기 위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수도권 아파트 가격 오를 때 가계부채도 늘어났다”

2분기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1,493조2,000억원에 달하며, 3분기 중 1,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증가율 자체는 작년 들어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매 분기마다 100조원을 넘는 돈이 가계대출 및 판매신용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 대출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곳은 대부분 부동산시장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호황을 맞은 부동산 투자는 국내 가계대출이 최근 3,4년 사이 급증한 원인으로 평가되지만, 명확한 연관성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상관관계 입증에 나섰다.

문제는 전체 가계대출의 54%를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서울 29.3%‧경기 24.7%)이었다. 2009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가계대출은 0.7, 아파트 거래량과 가계대출은 0.5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지역의 아파트 가격도 상관관계가 0.6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상관계수가 0.5 이상이면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서울·경기 부동산시장의 과열과 가계대출의 증가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도 부동산 시장의 열기에 동참했다. 2011~14년에 14.8%였던 기업대출 증가분에 대한 부동산·임대업 대출의 기여율은 2015년~2018년 2분기엔 44.5%로 높아졌다.

◇ 통화정책 vs 거시건전성 정책 대결의 승자는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이라면, 통화정책을 통해 이를 진화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역할론’도 대두될 수 있다. 그 도구는 물론 금리다.

지난 6일 공개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이미 이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 위원은 “규제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소 주춤하는 동안 부동산 관련 개인사업자대출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민간신용의 증가율은 명목GDP 증가율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며 “거시건전성 규제의 강화만으로는 금융불균형 확대를 충분히 제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규제를 받지 않는 영역으로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통화정책(금리 인상) 대신 거시건전성 규제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위원도 있었다. “자산가격 급등락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통화당국의 역할이 아니며,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위원은 금융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 대신 지역별·대출주체별 차등대응이 가능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수도권지역 아파트가격과 동반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다”는 주장은 이번 발표로 인해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균형에 대한 정책대응과 관련해서는 거시건전성정책만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와 통화정책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병존하고 있다”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의 한 구절은 한국은행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금리 인상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통화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연준은 전자의 대표주자다. 반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신용·자산가격에 대한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두 정책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통화정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대출 규제를 위해 활용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 상환비율(DTI)·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거시건전성 제고를 위해 금융시스템을 활용한 사례에 속한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가격은 9월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잠시 멈춘 상태지만,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여전히 소득 증가율보다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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