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연말 일본 TV 출연이 사실상 무산됐다. 일본 TV는 표면적으로 방탄소년단 멤버 중 한 명이 지난해 원자폭탄 투하 장면이 그려져 있는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연말 일본 TV 출연이 사실상 무산됐다. 일본 TV는 표면적으로 방탄소년단 멤버 중 한 명이 지난해 원자폭탄 투하 장면이 그려져 있는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일본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TV 출연을 사실상 모두 취소했다. 

일본 현지 스포츠 연예지인 스포니치 아넥스는 10일 “TV아사히의 ‘뮤직스테이션’ 출연 보류를 시작으로, 후지TV ‘FNS 가요제’ NHK ‘홍백가합전’ 등 방탄소년단의 다른 연말 음악프로그램 출연이 줄줄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착용했던 티셔츠’ 때문이다. 과거 지민이 입었던 티셔츠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는데, 일본 내 일부 극구 매체와 단체가 이를 문제 삼아 출연을 보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엠스테)’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에 멤버가 착용했던 티셔츠 디자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일부에서 보도되고 있다”며 “착용의 의도를 묻는 등 소속 레코드 회사와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유감스럽게도 이번 출연을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지민의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흑백사진과 함께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등의 영문이 담겼다. 해당 티셔츠를 입은 모습은 작년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지만, 최근 일본 내 극우세력이 이를 문제 삼아 각 방송사에 항의민원을 보내고, 방탄소년단 출연과 관련해 각종 시상식이나 연말무대를 후원하는 기업들에도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일본의 속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정부가 원고인 피해자들의 명칭을 ‘구(舊)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명칭 변경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피해자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점을 숨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출연 취소 소식에 외신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 미디어 빌보드는 9일(현지시각) “방탄소년단의 이번 일본 방송 출연 취소 배경은 양국의 오랜 정치·문화적 문제에 뿌리를 둔다”면서 “지민의 티셔츠가 방송 취소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도 “지민의 티셔츠 논란 배경에는 양국의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출연 취소에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1일 “누구에게나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는 건데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해석해 가로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고,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의 편협한 문화상대주의와 자기중심적 역사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방탄소년단 티셔츠에 그려진 사진은 의도성이 없는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일본은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각종 항일운동과 관련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SNS에 “최악의 자충수”라며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오는 13일부터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 일본 돔 투어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13, 14일 일본 도쿄돔을 시작으로 쿄세라돔 오사카, 나고야돔, 후쿠오카 야후오쿠돔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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