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6년 황해도 황주군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이 2016년 황해도 황주군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조선중앙TV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이 운용하고 있는 미신고 비밀 미사일 기지 13곳의 위치가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만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된 것은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 기지 사진이다. 사진은 민간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 3월 29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삭간몰 기지는 2016년 북한이 세 차례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던 지역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등 고성능 미사일도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CSIS는 분석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설명은 달랐다. 한미 정보자산을 통해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밀 기지’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이나 비핵화 협상을 통해 신고대상으로 합의된 기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신고’로 볼 수 없고, 따라서 북한의 ‘기만’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13일 취재진과 만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CSIS의 보고서에 나온 출처는 상업용 위성이고, 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 단거리용으로 ICBM이나 IRBM과 무관한 기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삭간몰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하거나 폐기하겠다는 협상을 맺은 적이 없다”면서 “신고를 해야 할 어떠한 협약이나 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고, 신고를 받을 주체도 없다”며 북한이 ‘기만’했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실제 남북 혹은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지금까지 언급된 구체적인 내용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풍계리 핵시험장 ▲영변 핵시설 정도다.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오해’가 비핵화 협상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비밀’ ‘미신고’ ‘기만’ 등은 북미 간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들이 대화를 가로막고 협상테이블이 열리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며 “오히려 이러한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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