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조한 비박계와 복당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탄핵백서 제작을 요구했다. / 뉴시스
친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조한 비박계와 복당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탄핵백서 제작을 요구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오는 12월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사실상 친박계의 재기 여부를 가늠할 변곡점으로 해석된다. 이미 시동은 걸렸다. 친박계 중진 유기준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그를 중심으로 흩어졌던 세력이 결집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보수진영 대권주자로 부상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워 반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부터 당권·대권 모두 노린다는 얘기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황교안 전 총리가 유기준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데다 본인도 정치 재개에 긍정적이다. 전당대회 출마는 장담할 수 없지만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친박계에겐 기회다. 탄핵 국면에서 밀려난 중앙무대에 다시 설 수 있는 계기다.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보수 진영의 기대감이 커질수록 친박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반대로 인적 쇄신을 주장해온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동력은 상실됐다는 평가가 많다. 전원책 변호사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에서 해촉 되자 이 같은 분위기는 더해졌다.

◇ 역공 나선 친박… 탄핵백서, 태극기 세력 포용론 주장

당장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이 나섰다. 그는 전원책 변호사를 ‘희생된 제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을 나갔다 온 사람들이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인적쇄신이란 이름으로 당을 사당화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용태 사무총장 등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 지도부를 겨냥했다. 뿐만 아니다. 복당파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에게 “덩치 값도 못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데 대한 불만 차원이었다.

실제 친박계에선 탄핵을 불복했다. 도리어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탄핵에 앞장선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이 탄핵백서를 주문한 이유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태극기부대’에 대한 포용론이 제기됐다. 과거 진박 논란을 낳았던 윤상현 의원은 태극기부대를 ‘애국 세력’으로 부르며 “장내 야권 세력과 반문재인 연대를 결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태극기 세력이 내년 초 개최되는 전대를 앞두고 대거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후보로 유기준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가까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영입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 뉴시스
내달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후보로 유기준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가까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영입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 뉴시스

당 안팎으로 친박 세력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일까. 비박계의 분위기도 탄핵 국면 당시와 사뭇 달라졌다. 나경원 의원조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했느냐”고 언급했다. 그가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당내 친박 표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현실적 고민이 묻어났다. 주요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는 홍준표 전 대표도 친박계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당 지도부를 장악한 비박계에서 자신을 타깃으로 하자 구명을 요청한 셈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당대표 시절 강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복당파를 받아들여야 개헌 저지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과 약속한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했다는 것. 이를 바로잡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선 “우리가 선거에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친박계의 반응은 아직 없다. 해당 발언이 나온 13일 친박계 다수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 모임을 열었다. 이들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사퇴와 조기 전대를 주장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박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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