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가 6개월째 감소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 뉴시스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가 6개월째 감소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가 6개월째 순감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업계에선 정부의 압박에 이통사들이 요금인하를 단행하면서 알뜰폰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이통사들이 새로운 데이터요금제를 알뜰폰업체에 좀 더 빨리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5월 이후 6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5월 9,149명이 순감한 후 감소폭은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달엔 2만3,406명이 줄었다.

업계에선 이동통신3사에 대한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이 알뜰폰 가입자 감소로 이어졌다고 내다본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확대했고, 보편요금제 요구에 이통사 3사들은 올해 5월 KT를 시작으로 기존보다 인하된 요금체계를 발표했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무제한통화에 데이터 1~1.3GB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3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 초반으로 내렸다. 또 각사들은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한편, 가족끼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새로운 결합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알뜰폰을 사용하던 고객들이 이통3사로 이동하게 된 배경이다.

물론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전파사용료 면제 연장 및 도매대가 인하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사들에게 지불하는 도매대가를 낮춘 것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종량제 도매대가’(RM, Retail Minus)의 경우 데이터는 1MB당 4.51원에서 3.65원으로, 음성은 분당 26.4원에서 22.41원으로 인하됐다. 또 가입자당 이통사에 지불해야 하는 최소 사용료를 월 1,800원에서 1,600원으로 낮췄다. 그 외 중고가 요금제에 대한 수익배분 도매대가(RS, Revenue Share)도 기존보다 내렸다.

알뜰폰 업계는 이번 협상결과를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어쨌건 예전보다 진일보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알뜰폰 가입자의 감소세와 맞물려 수익배분 도매대가 방식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배분 도매대가는 이동통신사의 데이터요금제 조건을 알뜰폰 업체가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알뜰폰과 이통사들은 이 경우 약 5대 5 비율로 수익을 나눈다.

문제는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기존보다 좋은 조건의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이 상품들을 수익배분 도매대가 방식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존 요금제로 고객들을 유인해야 하는 셈이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가 종량제 방식으로 데이터 100GB 상품을 만들 경우 (이통사에 지불해야 할) 원가가 이통사들의 소비자 판매가 보다 더 커진다”며 “도매제공이 늦다면 이용자 수 감소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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