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윤리경영에 잇따라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해경은 GS칼텍스가 차명으로 예인업체를 소유하고 특혜를 몰아준 혐의를 적발, 관련자와 법인을 입건 처리했다./GS칼텍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윤리경영에 잇따라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해경은 GS칼텍스가 차명으로 예인업체를 소유하고 특혜를 몰아준 혐의를 적발, 관련자와 법인을 입건 처리했다./GS칼텍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윤리경영’이 헛구호에 그칠 위기에 놓였다. 최근 GS칼텍스가 차명으로 소유한 예선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해경에 적발돼서다. 협력사에 대한 갑질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또 다시 불미스런 사건이 드러난 셈이다.

◇ 차명으로 예선업체 소유하고 일감 특혜 적발

해양경찰청 형사과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GS칼텍스 전·현직 임직원 4명과 법인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와 이들 임직원들은 지난 2009년 11월 선박임대회사 2곳을 동원해 예선업체를 직접 보유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허위로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으로 매년 공정위에 자산규모를 신고해야 한다. A고문은 생산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B예선업체 주식은 빼고 자산규모를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GS칼텍스가 B예선업체를 자회사로 보유한 모 해운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주인 정유사가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선박입출항법(구 항만법)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GS칼텍스는 이 해운업체를 통해 사실상 B예인업체를 보유하고도 서류상으로는 선박임대회사인 차명회사 2곳이 B예인업체의 주식 50%씩을 가진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았다.

GS칼텍스는 차명으로 보유한 B예선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에 따르면 우선 2011년과 2012년 2차례 총 7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B예선업체는 대출빚이 많아 담보를 잡을 수 없는 상태였으나 GS칼텍스는 내부 규정도 어긴 채 대규모 자금을 무담보로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GS칼텍스 모 생산공장장이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관할 지방해양수산청에 선박연료공급업 등록을 하지 않고 B예선업체와 다른 계열사에 340억원 상당의 연료를 공급한 혐의도 드러났다.

◇ 윤리경영한다더니… 잇따라 드러나는 불미스런 사건   

예선업체와 해운 대리점 간에 뒷돈이 오고 간 정황도 밝혀졌다. 해경은 B예선업체가 예인선 배정을 대가로 예선비의 20%를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해운대리점에 뒷돈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며 관련자들을 입건 처리했다.

해경 측은 “GS칼텍스가 회사 자금 70억원을 무담보로 예인업체에 지원한 뒤 ‘일을 해서 갚으라’고 했다”며 “여수 지역에는 13개 예선업체가 운영 중인데 결과적으로 자회사인 예선업체에 정유선 예인 일감을 몰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 외에는 더 드릴 말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의혹은 그간 업계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돼왔던 사안이다. 해경 조사로 의혹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GS칼텍스에는 적지 않은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 최고경영진인 허진수 회장 역시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업계 일각에선 그간 강조해온 ‘윤리경영’이 그저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GS칼텍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1994년 윤리규범을 제정하고 윤리경영을 토대를 마련했고, 이를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1년부터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또 지난 8월에는 ‘2017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윤리경영 실천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선언을 무색케하는 일들이 올해들어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한 중소업체는 GS칼텍스가 러시아 지역 판권을 넘기라고 강요한 것 뿐 아니라 향응접대를 강요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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