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수진 기자]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효과를 얻는 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때다. 누군가의 신망을 받아야하는 자리에 있다면, 그리고 그 타깃이 민심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역효과만 낸다. 선의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이하 완전자급제)가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한 탓에 쉽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완전자급제 내용을 담아 국회에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1월 현재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1년 전에도, 지금도 완전자급제는 ‘논란거리’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 와중에 지난 6일 ‘완전자급제2.0’이 공개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존 제도로는 이용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법안을 발표했다. 기존 완전자급제 법안보다 규제를 강화한 완전자급제 ‘최신판’이다. 사실상 국회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류가 강해진 셈이다.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완전자급제는 국민이 원한다는 이유에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통신호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 중심의 통신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대로 된 법안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다. 우리는 세심하지 못한 제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일례다.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도입된 단통법. 취지는 좋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아이폰 대란’, ‘갤럭시 대란’ 등이 성행하며 통신사의 고객 지원금 차별 문제가 심화되고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자 정부가 나섰다. 과도하고 차별적인 보조금을 불법 행위로 못 박고, 통신사는 공시로 명문화한 보조금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통법이 완성됐다. 통신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모든 소비자가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단통법의 골자다. 

결과는 어땠나. 단통법은 ‘악법’이 됐다. 소비자를 위해 만든 법이 결국 모든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들었으며 통신유통시장에도 타격을 입혔다. 실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기존 5만여개의 통신 대리점 등이 단통법 시행 이후 2만5,000여개로 축소됐다. 절반은 생계수단을 잃었다는 의미다. 보조금을 규제하자 시장이 얼어붙었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유통점이 떠안았다. 

차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단통법으로 이어진 결과다. 완전자급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통신비 인하 효과에 대한 의문과 중소 유통점 피해가 또 다시 언급됐다. 같은 이유의 우려가 제기된다. 완전자급제가 ‘제2의 단통법’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 내용과 우려하는 상황을 대비한 플랜비(차선책)까지 동반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도입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은 불필요하다. 통신 규제는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민감한 사안이다. 소비자 생계는 모르모트(실험용 쥐)가 아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