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최근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선거제도 개편과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 등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출범했고,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 등을 이뤄내겠다는 게 목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에 <시사위크>는 '롤모델'로 불리는 독일 선거제도를 돌아보고, 독일에서의 선거법 개정 과정과 문제점 등을 짚고 우리의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독일의 선거제도 특징은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면서도, 순수비례대표제와 가까운 높은 비례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 정치권에서도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롤모델'로 삼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bpb(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독일의 선거제도 특징은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면서도, 순수비례대표제와 가까운 높은 비례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 정치권에서도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롤모델'로 삼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bpb) 홈페이지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독일의 선거제도 특징은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면서도, 순수비례대표제와 가까운 높은 비례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당의 의석과 정당 득표율이 사실상 1대 1을 이루면서 사표(死票) 발생이 크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혼합형 선거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선거제도 개편논의 과정에서 단골손님으로 나오는 것이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특히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에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지역구 중심의 선거가 거대정당에게 유리하고 군소정당의 진출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 독일 선거제도의 특징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정당의 득표율이라는 게 핵심이다. 독일 연방하원은 지역구 의원 299석과 비례대표 의원 299석으로 구성되지만, 매번 선거결과에 따라 총 의석수는 변했다. 이는 '초과의석'과 '보정의석'이라는 독일 특유의 제도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이 개정된 뒤 두번째로 치러질 2017년 독일 19대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의 'N-tv'는 독일 선거제도를 소개하면서 'sperrig(bulky)'하고 'komplex(complex)'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독일 선거에서 유권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1인 2표를 행사한다. 제1투표는 지역구 후보에, 제2투표는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한다. 우리 선거제도와 다른 것은 이후부터다. 우선 제2투표에서 결정된 정당 득표율로 각 정당의 당선자 총 의석수를 결정한다. 가령 총 598석에서 A당이 제2투표에서 29%의 지지를 받으면 총의석 수의 29%인 173석을 배정받는다. 제1투표에서 당선된 지역구 의원으로 먼저 구성하고, 부족분은 비례대표로 채운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이 배정받은 의석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독일은 16개의 연방주로 구성됐는데, 특정 주에서 지역구 의석이 배정의석보다 많으면 이를 모두 인정해준다. 이 경우 해당 주에서 A당은 비례대표는 없게 된다. 각 주 의석을 합산한 결과 가령 A당이 배정의석(173석)보다 2석이 많은 175석을 확보할 경우 2석의 '초과의석(Überhangsmandate)'이 발생한다.

이러면 제2투표에서 결정된 정당 득표율에 맞춰 B당과 C당의 의석도 같이 늘린다. 이때 늘어나는 의석은 '보정의석(Ausgleichsmandate)'으로 불린다. 따라서 독일 연방하원은 598석을 기본으로 하지만 선거마다 총 의석은 달라지게 된다.

독일 선거제도 시스템. 초과의석과 보정의석으로 총 의원정수는 늘어나게 된다 / N-tv 화면 캡쳐
독일 선거제도 시스템. 초과의석과 보정의석으로 총 의원정수는 늘어나게 된다 / N-tv 화면 캡쳐

◇ 독일의 신속한 선거법 개정

독일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선거법 개정에 나선 것은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의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서 비롯됐다.

2008년 연방헌법재판소는 '득표와 의석의 역전현상'을 근거로 연방선거법 일부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렸다. 득표와 의석의 역전현상은 정당의 득표수가 많음에도 의석수가 적어지거나, 득표수가 적은데도 의석수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초과의석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에 연방헌법재판소는 초과의석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독일 정당들은 2011년 ▲초과의석 인정 ▲투표수 기준 주별 의석할당 ▲주별 독립적 의석배분 ▲잔여표의 의석전환 등의 내용이 담긴 연방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이 개정안을 야당과의 합의없이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7월 25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개정안에 대해 재차 위헌결정을 내렸다. 개정안 내용 중 투표수를 기준으로 한 주별 의석할당 역시 득표와 의석의 역전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방헌법재판소는 초과의석 자체에 대해서는 허용했다. 사민당과 녹색당 등 야권이 바라던 초과의석 제도 철폐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들이 초과의석 제도 철폐를 요구한 이유는 초과의석이 지역구선거에서 득표력 있는 거대정당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같은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하고 개정안 마련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기민당은 "초과의석제는 원칙적으로 허용 가능한 것으로 (연방헌법재판소는) 인정했다. 새로운 선거법의 핵심은 부정적 투표 가중치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권역별 명부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기민/기사 연합은 야당과 선거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기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자민당 역시 "공동의 협의 및 대화에 대해서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라고 했으며, 토마스 오퍼만 사민당 원내의장도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와 국민들에게 있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연합정당(기민/기사당-자민당)은 지금 대화를 해야 한다. 누군가의 독주는 더 이상 불가하다. 우리는 조속한 대화에 준비가 되어있다"고 협의에 나설 것을 밝혔다.

당시 독일 정치권에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18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선거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는 늦지 않게 새로운 선거법 개정안을 합의하는데 성공한다. 개정안은 ▲인구수 기준 주별 의석할당 ▲주별 독립적 의석배분 ▲셍라그식 의석배분방식 ▲초과의석 발생 시 보정의석 부여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초과의석 문제에 2013년 보정의석까지 도입되면서 독일식 선거제도를 이해하는 것은 더욱 난해하게 됐다. BPB(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는 선거법 개정을 소개하는 글 말미에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Das alles klingt nicht nur kompliziert, es ist auch komploziert"<독일의 선거제도는 복잡하게 들릴 뿐만 아니라 (실제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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