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을 발표하는 미첼 바니에르 EU 브렉시트 수석협상관. /뉴시스·AP
14일(현지시각)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을 발표하는 미첼 바니에르 EU 브렉시트 수석협상관.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침내 첫 번째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국민투표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지 2년 반 만이다.

BBC는 14일(현지시각) EU 협상단이 585페이지짜리 브렉시트 합의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미첼 바니에르 EU 브렉시트 수석협상관은 합의안에 대해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며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또한 “협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훌륭한 합의안”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브렉시트 협상 합의를 가로막던 가장 민감한 이슈는 아일랜드 공화국(EU)과 북아일랜드(영국)의 균열이었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로 인해 상호교류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고, 메이 총리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모두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드 브렉시트’)하면서 걱정은 더 커졌다.

영국과 EU는 양측이 기존 EU 체제를 대체할 새 자유무역협상을 마련할 때까지는 아일랜드 문제를 잠시 미뤄두기로 결정했다. 또한 2020년 12월로 설정된 ‘과도기’가 끝나 자유무역협상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하드 보더(엄격한 통관·통행 절차)’도 설정되지 않는다. 양자는 영국이 2019년 3월 29일에 공식적으로 유럽연합을 탈퇴한 후 해당 문제에 대해 재협상할 예정이다.

세계 제일의 금융도시로 불리는 런던은 유럽연합 시장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접근권한만을 갖게 된다. 이는 그동안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유럽 금융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섰던 런던이 내년 4월부터는 미국·일본 금융업계와 같은 수준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유럽연합 측은 이것이 “영국이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지는 14일(현지시각) 영국 내각이 5시간을 넘는 회의 끝에 합의안 초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이제 합의안을 들고 의회를 찾아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한편 EU 측에서는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승인 권한을 가진다. BBC에 따르면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는 이미 환영의 뜻을 밝힌 상태다.

한편 파운드화 가치는 영국이 EU와 브렉시트 협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소폭 상승했다. 14일(현지시각) 한때 파운드당 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 오른 1.30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자문사 AJ 벨의 러스 몰드 시장분석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브렉시트 투표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0% 이상 낮지만, ‘노 딜 브렉시트’ 우려가 해소되면서 시장에서 긍정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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